복지부 한약사 정책 방향없이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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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학과 학생들의 집단 유급 위기에도 불구하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정책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6월 학약학과 재학생 등 342명이 국회에 제기한 `한약사의 조제범위 확대' 등에 관한 약사법 등 관계 법령 개정 청원에 대해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책은 고사하고 기본입장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소개위원을 맡은 이 청원의 골자는 한약사 조제범위 확대 외에 한약국 명칭 사용, 한약사회 설립, 한약 개봉판매 등이 가능하도록 약사법과 하위 법령을 고쳐달라는 것이다.

이중 핵심인 `한약사 조제 범위 확대'와 관련, 복지부 한방정책관실은 긍정적인 입장인 반면 약사 정책을 관장하는 보건정책국 약무식품정책과는 `절대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방정책관실 관계자는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한 한약업사(1천900여명 추정)들이 전통의서를 참고해 제한없이 한약을 조제하고 있는데 정작 전문교육을 받은 한약사들에 대해 조제범위를 100가지 처방으로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한의사협회도 이처럼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약사 조제범위를 동의보감 등 11개 전통의서에 수록돼 있는 2만여 가지 처방으로 풀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오늘(13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설명회를 갖고 입법 전문위원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약무식품정책과의 최원영 과장은 "한약사와 한약조제자격 약사(일반약사)들의 조제 범위를 100가지 처방으로 묶은 것은 한방 의약분업을 전제로 취해진조치"라면서 "한방 분업 이전에 어느 한쪽에 대해서만 조제범위를 확대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약사들은 현행 한약조제지침 고시에 따라 십전대보탕, 쌍화탕, 녹용대보탕 등100가지 처방으로 조제범위를 제한받고 있으며, 약사들은 약사법 부칙 제4조에 의해 한약사와 동일한 범위 내에서 한약을 조제,판매할 수 있다.

한방정책관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행 약사법 체계상 한약사의 조제범위를 확대하면 약사의 한약조제 범위도 동반 확대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면서 "따라서 별도의 한약관리법을 제정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약학과는 경희대.원광대(96년 개설),우석대(98년 개설) 등 3개 대학에 개설돼 있으며, 지난해 이후 72명의 한약사가 배출돼 이중 8명만 한약국을 개설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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