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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형제' 불길 덮치자…10살 형은 8살 동생부터 보호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형제끼리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나 형과 동생이 크게 다쳤다고 인천 미추홀소방서가 15일 밝혔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주택 내부.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형제끼리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나 형과 동생이 크게 다쳤다고 인천 미추홀소방서가 15일 밝혔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주택 내부. 연합뉴스

“살려주세요.”

지난 14일 오전 11시 16분. 119 신고센터로 어린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인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중화상을 입은 초등생 A군(10)과 B군(8)이었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A군 형제는 부엌에서 불이 나자 당시 집을 비운 어머니 C씨(30)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에게 전화한 다음 소방 당국에 구조 요청을 한 것이다. 아들의 전화를 받고 어머니가 집에 오는 사이 A군 형제는 서울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형제 모두 현재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인천시 등은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이들이 끼니를 때우려다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당시 형 A군은 안방 침대 위에서 발견됐다. 동생 B군은 침대와 맞닿은 책상 아래 좁은 공간에 있었다고 한다. 화재 직후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 관계자는 “책상 아래 있던 동생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생 B군이 불길을 피해 책상 아래 좁은 공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일각에서 형이 동생을 피하게 했다는 추정이 나오나 현장 목격자가 없어 정확히 확인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고 당일 A군 형제는 끼니를 스스로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같았으면 학교 급식을 기다렸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학교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집에 있었다고 한다. 미추홀구청에 따르면 A군 가족은 기초생활 수급 한부모 가정으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지난 6~7월엔 매달 수급비, 자활 근로비, 주거 지원비 등 약 160만원을 지원받았다.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빌라 내부를 정밀감식하는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부엌에서 음식물을 조리하던 중 불이 난 건 아닌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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