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공포 전세계로 계속 확산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 탄저균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파키스탄과 인도 등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도 탄저균 공포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은 2일 최대 일간지인 '장'과 은행, 컴퓨터 회사 등에서 탄저균이 발견됐으나 "아직 감염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공용어인 우르두어(語) 신문인 '장'은 지난달 23일 자사에 배달된 편지에서 흰 가루가 나와 카라치에 있는 아그하칸 대학병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탄저균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보안 및 보건당국은 '장' 건물에서 탄저균 편지가 개봉된 사무실이 위치한 1개 층을 폐쇄한채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관련 직원들에게 항생제를 투여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州) 당국도 이날 주(州) 청사건물내 차간 부즈발 부지사의 사무실에 지난달 24일 배달된 한 편지에서 백색가루가 발견됐으며 이 사무실에 근무하던 직원들에게서 탄저균 포자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마하라슈트라주의 수바슈 살룬케 보건장관은 "문제의 편지에서 소량의 탄저균이 발견됐다"며 "부지사 사무실에 근무하던 직원 5명은 아직 탄저균 증상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항생제를 투여했다"고 말했다.

또 미 국무부는 2일 그리스 주재 미 대사관에 배달된 외교 행낭(行囊) 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박테리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리처드 바우쳐 국무부 대변인은 "이 박테리아의 정체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외교 행낭을 취급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항생제를 투여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그리스 남부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군 기지에서도 탄저균 감염이 의심되는 편지 1통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주재 미 대사관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박테리아가 탄저균으로 확인되면 페루 리마와 리투아니아 빌나에 이어 해외 주재 미 대사관에서 탄저균이 발견된 3번째 사례가 된다.

이와함께 독일에서도 이날 탄저균 감염 사례가 첫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소동이 빚어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울라 슈미트 독일 보건장관은 "탄저균에 감염된 것으로 보도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州) 의 소포 2개와 튀링엔주(州) 의 편지 1통을 분석한 결과, 탄저균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탄저균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뉴욕의 일간지인 뉴욕 포스트에서도 한 직원이 피부 탄저균에 감염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탄저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이 직원은 지난 9월 배달된 우편물을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재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고말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 은 2일 탄저균 테러의 배후범을 계속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자인하면서 미 국민들이 수사 관련 정보를 제보해줄 것을 호소했다.

로버트 뮬러 FBI 국장은 "현 시점에서 탄저균 테러의 진원지가 미국내인지 아니면 해외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수사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채 탄저균 테러범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뮬러 국장은 또 우편물 취급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병원에서 근무하다 탄저균에 감염돼 숨진 베트남 이민인 캐시 응구엔의 사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베를린.카라치 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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