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방장이 한국인에 권하는 쌀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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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넘긴 노인들에겐 '하얀 이밥 한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중년층은 흰 쌀밥 대신 보리밥.콩밥으로 도시락을 싸야 했던 학창시절을 보냈다.

쌀이 모자라 빚어졌던 눈물겨운 추억이다. 그러나 이제는 쌀이 남아돌아 걱정이 태산이다. 쌀을 아껴먹어야 한다던 정부가 입장을 바꿔 쌀 소비촉진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부산을 떨 정도다.

쌀이 남아도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은 늘었는데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빵.고기.우유로 해결해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쌀을 이용한 요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그리고 밀가루 음식이 주종이라고 생각하는 서양에서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이탈리아 음식인 리조토(risotto). 씻은 쌀을 올리브유로 볶다가 닭고기 육수를 부어 만든 것이다.

스위스그랜드호텔 이탈리아식당 '일카발리에' 주방장인 로렌트 보젤(프랑스인)은 "이탈리아 음식은 한국 음식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특히 리조토는 한국의 버섯밥이나 해물밥을 질게 만든 것 같아 한국인의 입맛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요리인 파에야(paella)도 쌀로 만든 밥. 새우.오징어.홍합 등 각종 해산물과 닭고기.돼지고기 등을 넣은 영양식이다. 우리나라 돌솥밥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중국의 요리 중에는 누룽지탕이 별미다. JW메리어트 호텔 중식당 '만호'의 주방장인 로 위윙(중국인)은 "누룽지탕은 한국의 중식당 메뉴에서 빠지지 않을 만큼 친근한 음식"이라며 "누룽지를 씹는 맛이 고소하고 해물이 많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시고랭(nasi goreng)은 인도네시아 볶음밥이지만 동남아 지역 전체에 퍼져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음식이다.

두 외국인 주방장에게 쌀로 만든 외국 음식을 배워 이국의 색다른 쌀요리를 즐겨보자. 서구화된 아이들의 입맛엔 오히려 잘 맞을 수도 있다.

덩달아 남아도는 쌀 때문에 한숨짓는 농민들의 걱정도 덜어주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에선 각각의 격식에 맞는 전채.수프.후식과 함께 먹지만 일반 가정에선 야채 샐러드나 미역국.된장국 등과 곁들이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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