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류 흘려 암세포 죽이기' 효과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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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정도의 약한 전류만으로 과연 암이 치료될까.

최근 전기화학 암 치료법이 일부 언론에 소개되자 학계는 물론 암환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가장 먼저 도입.보급하고 있는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최일봉 교수(치료방사선과)는 매우 조심스럽다.

아직 국내 임상 성적이 나오기 전이므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것. 최교수가 보내온 자료를 바탕으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구성해봤다.

-전기화학 암치료란.

"암 덩어리에 0.5㎜ 이하의 가는 전극을 1㎝ 간격으로 꽂고 직류 전류를 흘려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시술이다.전류는 1.5V 건전지 2~3개 정도 전압인 3~5V의 매우 미세한 전류를 이용한다."

-어떤 원리인가.

"암 덩어리에 양.음극의 전극을 삽입, 전류를 흘리면 전기화학 반응과 산도(PH)변화가 일어난다.

암 덩어리 속 물.나트륨.칼륨.염소 등이 전기화학 반응으로 부종과 탈수를 반복하면서 암세포가 죽는다는 원리다."

-국내외 치료 현황은.

"지난 4월 전기화학치료학회가 창립됐고, 7월 보건복지부 허가를 받아 가톨릭의대와 제주 한라대병원에서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첫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 중간발표는 11월 3일 전기화학치료학회에서 발표된다. 외국 논문에 나와있는 암의 국소 관해율(암세포 소멸)이 70~80%나 된다."

-부작용이나 다른 문제는 없나

"1회로 시술이 완료되고, 시간도 2~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상은 고형암에 국한된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장 벽이 뚫릴 가능성 때문에 제외된다. 시술이 간단하고, 위험하지 않지만 일시적으로 발열.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국내 몇몇 병원에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 치료는 암을 완치한다기보다 치료 대안이 없는 말기암 환자의 암덩어리를 줄여 통증을 최소화하는데 쓰일 것이다."

-비교적 원리가 간단한데 지금까지 왜 널리 이용되지 않았나.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시술된 것은 1978년이며,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동안 보급이 안됐던 것은 약한 전류를 종양에 꽂는 미세 전극 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서 전극이 개발돼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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