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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스냅드래곤875' 전량 수주" 보도 함구하는 삼성,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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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사진 왼쪽)과 삼성의 회사 로고. 김영민 기자

퀄컴(사진 왼쪽)과 삼성의 회사 로고. 김영민 기자

퀄컴이 내년 내놓을 최고급 사양의 칩셋 '스냅드래곤 875'(가칭)를 놓고 국내에서 때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밤부터 "삼성전자가 퀄컴으로부터 스냅드래곤 875 물량 전체를 위탁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퀄컴의 올해 최고급 칩셋인 스냅드래곤 865는 대만 TSMC에서 100% 위탁생산(파운드리)했다.

"고객사 관련 사항" 말 아낀 삼성 

일단 삼성은 퀄컴과의 관계를 고려해 말을 아끼고 있다. 14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 관련 사항은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이 함구하는 이유는 퀄컴의 결정에 따라 수주 물량, 모델 등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퀄컴은 매년 12월 미국 하와이 '테크 서밋'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칩셋을 어느 파운드리에 맡겼는지 공개한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스냅드래곤 865 개발이 마무리됐을 무렵에도 "퀄컴이 삼성과 TSMC에 50대 50 비율로 물량을 배정했다"는 보도가 설득력을 얻었지만, 결국 TSMC가 전량 수주했다. 삼성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칩셋인 '스냅드래곤 765'를 양산하고 있다.

항공기를 통해 촬영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EUV 파운드리 시설을 구축했다. [사진 삼성전자]

항공기를 통해 촬영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EUV 파운드리 시설을 구축했다. [사진 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1위(53.9%), 삼성이 2위(17.4%)다. 개발과 양산을 겸하는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이 최근 10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5㎚ 이하 파운드리가 가능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 두 곳만 남게 됐다.

부품 업계에선 퀄컴이 삼성에 스냅드래곤 875 위탁생산을 맡기더라도 생산 물량을 TSMC와 배분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퀄컴 이외에도 애플·AMD 같은 반도체 개발전문업체(팹리스)가 TSMC에 대량으로 파운드리를 맡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TSMC의 7㎚ 공정이 아닌 삼성 8㎚ 공정에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위탁생산을 맡긴 이유도 TSMC의 주문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택한 '차선책'으로 평가받는다.

TSMC의 빡빡한 생산 일정, 퀄컴에 영향 준 듯 

사실 올 7~8월엔 현재 국내 보도와는 정반대의 기사가 중화권에서 잇따라 등장했다. 당시 대만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의 5㎚ 극자외선(EUV) 공정 수율(완성품 대비 결함 없는 제품 비율)이 기대 수준 대비 낮다. 퀄컴의 최신 모바일 칩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TSMC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의 설립자 모리스 창이 1998년 디지타임스 설립 때 주요투자자로 참여할 정도로 두 회사는 관계가 깊다.

중국의 테크 매체 기즈모차이나도 지난달 "퀄컴이 삼성 5㎚ 공정을 통해 생산하려던 차세대 5G 모뎀칩 ‘X60’과 스냅드래곤 875 일부 물량을 TSMC에 맡길 수 있다"고 전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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