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 5년 늘리자] 4. 밥공기를 줄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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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먹어서 걸린 병은 다시 먹으면 낫지만 많이 먹어 걸린 병은 중국 역사의 양대 명의인 편작이나 화타가 와도 고치지 못한다.

영양결핍보다 영양과다의 위험성을 경고한 의학 격언이다. 당뇨와 비만, 심장병과 뇌졸중, 동맥경화와 고지혈증 등 대부분의 성인병은 영양과다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특히 모체의 태반에서 영양부족에 시달렸던 아기가 성인이 되어 갑자기 영양과잉에 노출되는 상황이 위험하다.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을 맡고 있는 췌장에 과부하가 걸려 당뇨가 쉽게 발생한다.

영양부족 시절 형성된 아기의 췌장은 성인이 되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음식물을 감당하지 못해 탈진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 호르몬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세대의대 내과 허갑범 교수는 "한국인들의 건강수명 향상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며 이를 위해 밥 공기의 크기를 3분의 2 정도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밥 공기가 클수록 밥뿐만 아니라 반찬까지 덩달아 많이 먹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밥 공기 크기는 과거보다 줄고 있지만 여전히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밥 한 공기에 담긴 열량은 대략 2백50칼로리. 밥 공기를 3분의 2로 줄이면 하루 2백50칼로리의 열량제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백50칼로리의 열량을 운동으로 없애려면 30분 이상 숨을 헐떡거리며 달리거나 2시간 가까이 손빨래를 해야한다.

세계적 노화학자인 미국 텍사스의대 노화연구소 유병팔 교수는 "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식섭취를 30% 줄인 그룹에서 가장 수명연장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평소 식욕대로 한껏 먹는 식사량에서 30% 가량 줄인 양이 장수를 위해 가장 적합한 식사량이란 설명이다.

이보다 많은 잉여 열량은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혈관 등 조직의 손상을 초래하는 유해산소를 방출해낸다.

밥 공기를 3분의 2로 줄이면 허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식사 역시 습관인 만큼 이내 익숙해진다. 왕성한 신체발육을 배려해야하는 성장기 청소년를 제외한다면 지금 당장 밥 공기 크기를 줄이는 용단을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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