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나쁜 행동 콕 집어서 훈계해야"

중앙일보

입력

만 세살짜리 아들을 둔 주부 최모(29.경기도 평촌신도시)씨는 요즘 매를 드는 일이 부쩍 줄었어요.

몇달 전 매를 수십대나 댔는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를 보고 많이 놀랐기 때문이에요.

요즘엔 무엇을 잘못했는지 요점을 말해주고 꼭 필요한 경우만 한두대 때린답니다. 때린 뒤에는 꼭 아이를 안아주고 다독여줘요.

최씨는 "다행히 아이의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라며 "아이를 무작정 때린다고 되는 게 아니더군요"라고 말했어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최씨처럼 아이가 말을 안들을 때 어떻게 혼내야 하는지 고민이지요. 전문가들은 아이를 어떻게 꾸짖느냐에 따라 두뇌 발달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해요.

아이의 두뇌는 유전보다는 출생 초기 경험에 의해 결정된대요. 특히 영유아 시기에 폭행.폭언.공포.스트레스 등 정신적 외상을 받으면 학습능력이 떨어진대요(뉴스위크 한국판 특별호 '귀여운 우리 아기' 제1권 참조).

미국 뉴욕대학 소아정신과 카렌 M 홉킨스 교수는 태어나 만3세가 되기까지 꾸중만 들은 아이는 좌뇌 측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감정이 없는 아이가 된다고 경고했어요.

반대로 만3세부터 12세까지는 정당한 방법으로 꾸지람을 하지 않으면 전두엽이 단련되지 않아 어른이 되어도 인내심과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이론이 있지요(『똑바로 키워야 아이가 행복해진다』 책 참조).

아이를 정당하게 혼내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와 바르게 대화하는 법을 익혀야 한답니다.

"부모를 위한 각종 지침서에 쓰인 '~는 해라 혹은 하지 마라'는 식의 십계명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에서 부모역할 훈련(PET)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무아씨의 경고지요.

꾸중이나 칭찬을 할 때는 항상 ▶아이의 자존심을 높여주고▶부모와 자식 사이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아이의 바람직한 행동변화를 돕고▶서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해요.

PET에서 강조하는 대화법은 크게 두가지예요. 하나는 존재(be)가 아닌 행위(do)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너'가 아닌 '나' 전달법을 사용한답니다.

"너는 왜 이렇게 게을러"라며 아이의 인격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혼내는 게 아니라 "9시가 넘었는데 네가 숙제를 안하는 걸 보니 엄마는 화가 난다"는 식으로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마가 느끼는 점을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아이가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만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야단을 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거지요. 일방적으로 야단치지 말고 아이의 입장에서 변명할 기회를 주고 잘못을 일러주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답니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이 말로는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신과 전문의 김창기 교수는 아이를 때리기 보다는 "저기(방구석이나 의자 위)앉아 있어" "방에 들어가 있어"라는 식으로 벌을 주는 게 좋다고 해요.

단 벌을 주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해요. 부득이 매를 들 경우라면 아이에게 상처가 남지 않도록 하고 부모가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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