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3가 불붙인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이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S·모델Y에 포르쉐 타이칸 등이 진입한 시장에 전기차 스타트업은 물론, 기존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이들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물밑 경쟁까지 치열하다.
루시드모터스, ‘루시드 에어’ 공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모터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첫 전기차 모델인 ‘루시드 에어’를 공개했다. 테슬라의 엔지니어링 부사장이었던 피터 롤린슨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루시드모터스는 2016년 컨셉트카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4년 만에 선보인 양산형 전기차는 제원만큼은 테슬라 모델S를 압도한다. 미국 환경청(EPA) 기준 1회 충전으로 823㎞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 모델S(646㎞)보다 긴 주행거리다. 정지상태에서 쿼터마일(약 402m)에 도달하는데 9.9초로 테슬라의 최고기록(10.4초)에 앞선다.
고전압 충전방식을 적용해 20분 만에 480㎞를 주행할 수 있는 충전이 가능하다. 총 32개의 센서를 장착해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한다는 게 루시드모터스의 주장이다. 레벨3는 자동차가 운전을 담당하고, 필요한 경우 운전자의 개입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롤린스 CEO는 “테슬라보다 17% 가량 효율적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전기차”라고 주장했다.
예약판매에 들어간 루시드 에어는 내년부터 인도를 시작한다. 총 4가지 모델로 구성되며 기본 모델은 8만 달러(약 9500만원), 가장 비싼 ‘드림 에디션’은 16만9000 달러(약 2억원)다. 고급형 모델이 먼저 인도되고, 기본형 모델은 내년 하반기 혹은 2022년 인도가 시작될 전망이다.
BMW, i4 생산 준비 마쳐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 BMW도 고급 전기차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BMW는 지난 10일 독일 뮌헨 본사 생산시설에 첫 고성능 전기차 모델 i4의 양산설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BMW는 2억 유로(약 2800억원)를 투자해 지난 7월 24일부터 뮌헨 공장에 i4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로베르트 엥겔혼 뮌헨 공장 디렉터는 “공장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내연기관부터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1922년 건설된 뮌헨 공장은 ‘4실린더 빌딩’이라 불리는 본사와 함께 있으며 대표 모델인 3시리즈와 고성능 M엔진 등을 생산한다.
5세대 전동화 파워트레인인 ‘e드라이브’를 장착해 WLTP(유럽 환경 규제) 기준 1회 충전으로 600㎞를 달릴 수 있고 최고출력 530마력을 발휘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초가 걸리지 않는다. BMW는 내년까지 i4를 비롯해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X3, 중형 SUV i넥스트, 미니쿠퍼 SE 등의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K배터리 물밑 경쟁도 치열
프리미엄 전기차 경쟁이 가속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졌다. 루시드 에어에는 LG화학의 ‘2170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가 들어간다. 테슬라의 ‘18650(지름 18㎜·높이 65㎜)’ 배터리 대비 50% 가량 에너지 밀도를 높인 배터리다.
BMW i4에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니켈 함량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개선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1월 BMW와 2021~2031년 29억 유로(약 4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자는 중국 CATL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최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CATL은 중국 시장용 테슬라 전기차와 BMW에도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SDI는 전통적인 BMW의 배터리 공급처였지만 지금은 CATL의 공급 규모(45억 유로·중국 현지생산 제외)가 더 크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