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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 허락 없인 인사 못하지~”…시작하기도 전부터 휘둘리는 스가?

중앙일보

입력

오는 14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전체 투표인수의 약 70%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압도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물밑에선 자민당 파벌들의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당내 기반이 약한 스가 장관이 향후 파벌들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파벌 스가 '잡다한 집합체' 지지 받아 #"요직 기대" 5개 파벌 치열한 자리 다툼

13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국회의원 394표 가운데 약 70%인 300표에 가까운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전국 지방의원들이 행사하는 141표 중에서도 80표 넘게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2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2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장관은 호소다파(98명), 아소파(54명), 다케시타파(54명), 니카이파(47명), 이시하라파(11명) 등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곳의 지지를 받고 있다. 또 파벌은 아니지만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젊은 의원들의 모임인 ‘가네샤의 모임’(15명)도 지지표로 계산된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자신이 이끄는 기시다파 소속 47명을 조금 넘긴 50명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이시바파(19명)를 포함해 30명을 조금 넘는 표를 확보했다.

이처럼 당내의 압도적인 지지를 스가 장관이 받고 있지만, 이는 각 계파가 새 총리 취임 후 예정된 자민당 인사와 개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지지 표명을 하는 측면이 크다. 반대로 지지를 모아주는 데 따른 대가를 스가 장관은 치러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고향인 아키타현에서 스가를 모델로 한 기념품이 제작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고향인 아키타현에서 스가를 모델로 한 기념품이 제작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스가 장관 진영은 지난 11일 국회 인근의 호텔에서 선거대책회의를 열고, 투표 직전 결기집회에서 스가를 지원하는 각 파벌과 무파벌의 대표가 인사를 나누는 순서를 정했다.

스가 본인이 무파벌인만큼 지지세력도 “통일성 없이 잡다한 사람들의 집합체”(자민당 중견 의원)인 상황이다. 각 파벌마다 요직을 차지하기 위해서 치열한 물밑 싸움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스가 총리’ 흐름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간사장 유임이 거의 확실하다. 두 사람의 연결책 역할을 한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국회대책위원장 역시 차기 관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등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머릿수는 많지만 니카이파보다 한발 늦게 스가 장관 지지 의사를 밝힌 호소다파, 아소파, 다케시타파는 속이 타고 있다. 지난 2일엔 3개 파벌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스가를 지지한다”며 세를 과시하는 일도 있었다.

자민당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경제부총리. [AFP=연합뉴스]

자민당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경제부총리. [AFP=연합뉴스]

스가 장관은 “나는 파벌의 힘으로 입후보한 게 아니다”라며 “인사는 개혁 의욕이 있는 사람을 우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파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소파의 한 중견 의원은 “스가가 (인물을) 고른다고 해도 파벌의 우두머리에게 사전에 양해를 얻지 못하면 나중에 큰일 날 것”이라고 아사히 신문에 말했다. 니카이파의 독주를 우려해 “스가가 너무 크게 이기게 해선 안 된다”(파벌 간부)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표 가운데 일부는 기시다 정조회장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에선 ‘아베 1강’ 시대가 끝나면 “이번에야말로 자리를 얻겠다”는 생각이 강해 ‘논공행상’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사의 결과에 따라선 갑자기 정쟁이 일어날 수 있다”(파벌 간부)는 경고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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