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의 노랑.초록 색색으로 포장된 앞마당에 들어서면 갑자기 발걸음이 사뿐해진다. 마당이 말랑말랑한 폴리우레탄 탄력고무 블록으로 깔려 있기 때문.
이곳 아이들은 넘어지거나 바닥으로 떨어져도 큰 상처를 입을 염려가 없다.
정부가 직장 보육시설(탁아소)의 모범 사례를 만들기 위해 대전과 과천의 청사 어린이집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면 얼마나 좋을까. 경기도 과천 청사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 환경=뒷길을 따라가면 널따란 숲속 놀이터가 나온다. 동그란 모래밭만 세군데. 장난감 말도 탈 수 있고 진짜 냄비.그릇을 가지고 살림살이 놀이도 할 수 있다.
어린이집 건물 중앙 계단의 유리벽을 통해 뒷산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넓은 교실엔 방안 가득 볕이 들어 밝고 따뜻하다. 교실마다 개수대.컴퓨터.냉장고가 설치 돼 있다.
옥탑 건물이 따로 없는 넓은 옥상도 아이들의 별세계다. 초록색 고무바닥을 깔아 실내처럼 포근하다. 아이들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종횡무진. 여름에는 미니 풀장으로 변신한다.
원아 1백83명에 교사는 16명, 조리사 3명 등 직원이 21명이다.
◇ 교육 및 특징=몬테소리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몬테소리 프로그램은 반영구적인 교구를 활용, 연령대별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수.과학.지리 등의 개념을 익히게 한다. 일상생활 적응력도 기른다.
교사들도 종이 교구를 만드느라 밤을 새울 일이 없어 아이들 돌보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어린이집 송경섭(36.여)원장의 설명이다. 학부모 대여용 교구도 별도로 마련했다.
오전7시30분부터 12시간 종일제인 게 돋보인다. 퇴근시간이 늦어져도 발을 동동 구를 필요가 없다. 보육료는 만2세 어린이 기준으로 월 15만9천원. 민간시설(26만원)보다 저렴하다.
◇ 문제점=대기자가 정원의 2배가 넘는 4백명에 이르는 게 단점. 순번이 밀리다 보니 갈등도 빚어진다.
송원장은 "대기자가 늘어나자 여성 근로자를 위한 시설이라는 당초 설립 취지에 맞게 여성공무원의 자녀만 받으려 했다가 남성공무원들이 여남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혼쭐이 났었다" 고 말했다.
또 "원아 20% 정도는 아빠가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 우선순위를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고 했다.
정부 대전청사 어린이 집도 아빠가 맡기는 경우가 30%이상이어서 이제 탁아시설이 아빠를 위한 시설로도 기능하고 있다.
긴 대기번호는 과천청사 보육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월 여성부가 47개 중앙 부처 공무원 1만8천6백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6세 이하 자녀 7천2백79명 가운데 직장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는 2.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세 이하 자녀를 둔 남녀 공무원의 26.7%, 47.9%가 직장 보육시설 이용을 원했다.
직장 보육시설은 올 3월 기준으로 전국 2백3곳. 보육 아동수는 8천25명으로 전체 보육시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