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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승인된 러시아 백신 이상하다" 세계 과학자 공개서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자국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승인하고 나서면서 세계적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자국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승인하고 나서면서 세계적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자들이 러시아가 승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의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 딸도 맞았지만 건강하다"고 자랑했던 그 백신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11일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을 세계 최초로 승인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3상 임상실험이 생략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 CNBC방송은 10일(현지시간) 과학자 27명이 이 백신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를 게재한 의학전문지 랜싯의 편집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 서한에서 "백신의 실험데이터가 불완전하고, 있을 것 같지 않은 패턴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한에 서명한 과학자 27명은 대부분 유럽 출신이고, 미국·아시아의 과학자도 일부 포함됐다.

과학자들은 가말레야 센터의 임상시험에 참가한 다수의 피실험자가 각기 다른 시점에서 동일한 항체 수치를 보였다고 지적하며, "보고된 실험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다수의 데이터 패턴이 있는데, (확률적 측면에서) 매우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특히 명백한 중복이 탐지된다는 점과 관련해 제시된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 없다"며 임상시험 결과에 수치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서한에 참여한 엔리코 부치 미국 템플대 교수는 "공개된 (백신 실험) 데이터가 완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며 "데이터가 누락됐고, 이상한 데이터 패턴이 있다는 점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치 교수는 또 "(공개된 데이터 중) CD4와 CD8은 전혀 다른 종류의 면역세포다. 어떻게 9명이 똑같은 갯수의 CD4와 CD8을 가질 수 있겠느냐"라며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면역세포들이 다수의 피실험자에서 동일한 반응을 일으킨 것이 의아하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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