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컴컴' 무단 횡단자 사망 잦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새벽 2시50분쯤 대구 중구 태평로 귀빈장 앞길에서 무단횡단하는 노인을 치어 숨지게 한 金모(36 ·회사원)씨.

그는 “도로폭(6차선)에 비해 가로등 불빛이 너무 어두워 피해자를 볼 수 없었다”고 사고경위를 설명했다.

같은 도로에서 지난 14일 새벽 무단횡단자를 치어 숨지게 한 李모(47)씨도 “가로등이 가로수에 가려 길이 너무 어두웠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부터 17일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무단횡단 사망사고 11건 중 8건이 가로수로 인해 거리가 어두운 지역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지난 5년간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 중 무단횡단 사망자가 전체의 31.9%지만 대구는 64.1%로 2배 이상 많은 것은 가로수 탓이란 설명이다.

가드레일 등 보행자 안전시설 부족,많은 무단횡단도 문제지만 가로수가 가로등의 조도를 떨어뜨려 보행자 ·신호등을 제대로 볼 수 없게 한다는 것.

경찰은 달성네거리∼앞산네거리,달성네거리∼신천교(태평로),원대오거리∼만평네거리,파티마병원삼거리∼대구공고네거리 구간의 밝기가 5룩스(Lux)로 조사된 19일 새벽의 측정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는 너비 25m 이상의 주간선도로 30룩스,보조간선도로 22.5룩스인 기준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김재희 대구경찰청장은 “가로수로 인해 길이 어둡다는 운전자들의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며 “시가 하지 않으면 특공대를 동원해서라도 직접 가지를 치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대구지역 일선구청 관계자들은 “1998년부터 가로수 관리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공공근로사업자를 동원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의 실무부서는 문희갑 시장이 가로수 식재 등 ‘녹색도시’를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점을 감안해 정비에 소극적이다.

경찰은 대구시에 가로수 정비를 요청하는 한편 무단횡단 상습지역에 경찰관 배치,횡단보도와 가드레일 설치 등 사고예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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