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프리즘] 섬나라와 전염병의 관계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확인됐다.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긴 일본이 처음이다. 일본은 1996년 병원성 대장균인 O-157이 일으키는 식중독이 집단 발생해 수십명의 사망자를 낳기도 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염병 하면 일본과 함께 떠오르는 국가가 영국이다.

알다시피 광우병의 최초 발원지는 영국이다. 지금까지 영국에서만 1백여명의 환자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은 올해초 전세계 가축농가를 공포에 떨게 했던 구제역 파동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구제역 피해를 입은 농가의 보상을 위해 영국 정부는 올 한해만 31억달러나 썼다.

선진국인 일본과 영국이 전염병의 온상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으론 이들이 섬나라란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공간적 제약으로 대륙과 달리 전염병이 생기면 자연도태가 잘 되지 않고 순식간에 확산되기 때문이다.

호주나 뉴질랜드 등 신대륙 섬나라의 검역절차가 까다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반도국가인데다 휴전선이란 인위적 장벽이 있는 우리나라 역시 생태학적으론 섬나라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홍콩에서 조류독감 등 각종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게다가 10대 교역국의 하나로 외부에서 전염병이 유입되기 쉽고 기후 역시 아열대로 변모하는 등 한반도는 역사상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를 맞고 있다.

이미 조짐은 콜레라.말라리아.이질의 유행 등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요즘 국정감사에서 콜레라 문제를 놓고 방역당국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국립보건원 방역과는 의사 2명을 포함해 9명의 인력이 고작이다.

영국은 광우병 초동진압에 실패해 지금까지 10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썼다. 지금은 방역 당국을 탓하기 앞서 인력과 예산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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