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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자주국방과 경제성 모두 잡는 KF-X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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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한국형 전투기(KF-X) 체계의 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3일 총조립 과정을 시작했다. 조종석부터 전자장비·착륙장치·엔진 등을 모두 장착한 KF-X는 내년 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명실상부한 국산 전투기의 실체가 한 걸음 다가온 것이다.

“한국의 초음속 항공기 개발 일정을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1990년대 말 T-50 초음속 훈련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자가 우리 측에 한 말이라고 한다. 당시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경험과 기술이 부족했다. 자금과 일정도 빠듯하고 개발 목표와 추진 체계를 확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혁신 DNA를 보태 T-50을 개발했다. 이후 우리 공군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공군력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제 그 바통을 KF-X가 이어받았다. KF-X는 현재 우리의 주력 전투기인 F-16의 성능을 웃돈다. 동급의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겨뤄볼 수 있는 수준이다. 초기에는 핵심 기술 부족으로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시제기의 완성도가 올라가면서 오히려 ‘대박 상품’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동북아 안보 환경이 격변하는 가운데 최신 전투기를 기반으로 한 적절한 수준의 공군력은 자주국방의 필수 요소다. 이런 전력 확보와 유지에는 큰 경제적 부담이 수반한다. F-35같이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는 최상위급 전투기도 있다. 이와 함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고성능 국산 전투기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

KAI는 800명이 넘는 신규 개발인력을 KF-X 사업에 투입했다. 부품·장비를 개발하는 500여 개 업체를 합치면 일자리 창출 규모가 상당하다. 국내 개발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현대의 전투기는 수명을 다할 때까지 몇 차례 업그레이드된다. 이때 사업비가 모두 외국으로 흘러가느냐, 국내에서 확대 재생산되느냐는 우리가 개발한 비행기냐, 아니냐에 따라 판가름난다. 그만큼 KF-X의 성공은 우리 항공우주산업 발전과 자주국방 능력 확보에 중요하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방위사업청과 산업체·연구기관 등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애초에 목표했던 이정표에 무사히 도착했다. 다음 이정표까지는 크고 작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모두 최선을 다해 극복할 것이다. KF-X의 성공을 기원한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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