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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불확실성의 시대, 지금이 산업 R&D 혁신의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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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나경환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장

나경환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장

우리는 지금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융합과 파괴적 혁신을 동반한 4차 산업혁명으로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혼돈의 시대가 펼쳐졌다. 필자는 불확실을 기회로 바꾸고, 연구개발(R&D) 혁신이 싹틀 수 있도록 지난 수개월간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산업기술  R&D 혁신 방안’을 만들었다.

R&D규모에 비해 성과가 적다는 ‘코리안 패러독스’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시장이 원하는 R&D에 있다. 우리 주력산업의 생존과 고부가가치화는 시장변화를 잘 읽고 얼마나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특허데이터에 기반하여 R&D과제를 발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후방 산업의 가치사슬을 포괄하는 대규모 통합 R&D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기업 중심의 산·학·연 파트너십을 지원하여 창의적 연구가 시장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의 가능성이 큰 원천연구에 대해서는 후속연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정비했다. 정부가 연구자들에게 ‘따라 오라’고 주문하기보다 ‘뒤에서 밀어주는’ 자세로 R&D수요를 발굴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R&D샌드박스’를 도입하여 규제를 혁파하기로 했다. 우수한 R&D 성과를 창출한 기업과 연구자들은 사업비를 유연하게 집행할 수 있고, R&D책임자의 판단에 따라 목표의 변경도 가능하다. 이는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혁신성과 창출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R&D는 연구자들의 자발적 연구의욕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혁신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개방성에 기초한 국제공동연구와 협업은 필수다. 이번 혁신방안에서는 기업의 해외진출과 국제공동 R&D 사업을 연계하도록 했으며, 해외거점을 활용한 기술수요조사 등을 매개로 한 국제공동연구, 한-아세안 산업혁신기구 설치를 통한 공동 R&D수요 발굴 등 개방형 연구전략을 도입했다. 또한 국제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정산, 지식재산권 문제 등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특례조치도 만들었다. R&D 생태계의 폐쇄성을 걷어내고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시도들이다.

지난 수 십년간 우리 산업은 어려운 고비마다 대전환을 통해 발전해 왔다. 경제는 기업가 정신을 먹으며 성장하고, 혁신은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에서 시작된다. 모쪼록 ‘산업기술 R&D 혁신방안’이 도전하는 연구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려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지피는 불씨가 됐으면 한다.

나경환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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