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곤충 사료, 매실 요거트…향토자원 띄우는 청년창업가

“대부분의 반려견 간식이나 사료에 소고기가 들어가죠. 그런데 소 2마리가 내뿜는 온실가스가 자동차 1대와 맞먹는 것은 아시나요?”
 지난 3일 만난 ㈜트루미랜드 김진우(27) 대표가 ‘식용 곤충’이 왜 주목받아야 하는지 설명하려고 꺼낸 말이다. 그는 전남 곡성군에서 식용 곤충을 이용한 반려견 사료 생산에 도전장을 낸 청년사업가다.

해외에서 판매·유통되는 식용곤충 반려견 사료 #“기존 사료 소고기 소비 줄이면 온실가스 감소” #곤충산업 육성 전남 곡성…“곤충도 향토자원”

“환경도 생각하는 반려견 사료”

지난 3일 전남 곡성에서 만난 ㈜트루미랜드 김진우(27) 대표가 식용 곤충으로 만든 반려견 사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 대표는 네덜란드와 영국 등에서 발표된 연구자료를 통해 식용 곤충을 이용한 반려견 사료를 접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곤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해외에서는 식용 곤충이 소고기 등 육류를 대신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식용 곤충을 이용한 반려견 사료가 폭넓게 생산·유통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김 대표 역시 대학교에서 식용 곤충과 관련 없는 지질환경과학을 전공하고 일반 회사에 취업까지 했었다. 그런 김 대표가 식용 곤충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자신도 반려견을 키우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제가 키우는 반려견이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데 학술자료를 보면 반려견 알레르기 원인 물질 중 약 30%가 소고기다”고 했다.

반려견 키우다 식용 곤충 관심

 김 대표가 키우던 반려견의 알레르기 증상을 줄이려면 소고기가 없는 간식이나 사료를 찾아야 했고 식용 곤충을 이용한 반려견 사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식용 곤충으로 반려견 사료와 간식을 만드는 과정은 쉽진 않았다.

건조된 식용 곤충 '밀웜'과 생산 과정을 마친 반려견 사료. 프리랜서 장정필

 국내에서 생소한 분야기 때문에 김 대표가 독학해 관련 자료를 모으고 생산까지 해야 했다. 김 대표는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고 문제점을 해결해 특색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식용 곤충도 “향토 자원”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전남 곡성이 고향이고 지자체 차원에서 곤충 사업을 육성하고 있어 이곳에서 식용 곤충 사업에 도전하게 됐다”며 “곡성에서 자란 곤충으로 반려견 사료를 만들기에 향토 자원인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에 확장하려 했는데…” 수해에 발목

 김 대표는 조류나 파충류 사료로 쓰이는 밀웜을 이용해 반려견 사료를 만든다. 굽는 방식을 사용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건조 방식을 이용해서 단단하지 않은 반려견 간식이란 특징을 내세워 오는 10월 생산시설을 확장하려 했다.

㈜트루미랜드 김진우(27) 대표가 반려견 사료로 사용하는 건조된 '밀웜'. 프리랜서 장정필

 하지만 김 대표가 반려견 간식과 사료를 만들고 있는 전남 곡성군에 지난달 5일부터 8일까지 586.6㎜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때 생산설비를 설치해뒀던 공장에 물이 차올라 일부 기계들이 파손됐다.

 김 대표는 “우선 피해를 본 기계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복구해보려 한다”며 “아직 반려견 간식을 생산하는 단계지만, 점차 곤충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면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제품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향토자원 활용 도전장 내는 청년들

 김 대표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색있는 자원으로 창업에 도전한 청년들이 더 있다. ‘매실꽃달아’ 김은영(35) 대표는 전남 광양의 특산품인 매실을 이용해 요거트와 아이스크림 등을 개발했다.

‘매실꽃달아’ 김은영(35) 대표가 전남 광양의 특산품인 매실을 이용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그는 “아버지도 매실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수매가격 하락과 인력난으로 매실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가를 살리고 지역 향토자원의 우수성을 알리려고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식용 곤충 반려견 간식, 매실 요거트 등 외에도 곡성 토란을 이용한 토란빵을 만드는 ‘랑이’ 이지혜(32) 대표, 무안 황토 고구마를 이용한 가공제품을 생산하는 ‘팜스뱅크’ 이세운(27) 대표 등도 지역 향토자원을 활용한 청년 창업가들로 꼽힌다.

곡성=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