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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바' 운영 자매 극단 선택…유서엔 코로나 어려움 적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9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한 노래방 출입문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한 노래방 출입문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속이 타들어간다. 특히 코로나 19의 확산세로 2.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코로나19 보릿고개’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보릿고개지만 임대료나 인건비 부담은 그대로이다 보니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안양 노래방 업주 ‘코로나19 생활고’로 극단 선택

4일 경기도 안양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안양 평촌동에서 ‘노래바’를 운영하던 60대 자매가 업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동생은 목숨을 건졌지만, 언니는 끝내 숨졌다. 이들이 운영하던 업소는 방 2칸만 있는 소규모 업소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나 채무에 대한 부담감 등이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소는 지난 5월부터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문을 열지 못했다.

텅 빈 서울 갈현동 하늘PC방을 점검하는 모습. 정부가 PC방을 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지정하면서 영업이 중단된 서울의 한 PC방. 최선욱 기자

텅 빈 서울 갈현동 하늘PC방을 점검하는 모습. 정부가 PC방을 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지정하면서 영업이 중단된 서울의 한 PC방. 최선욱 기자

PC방 업주들은 궁여지책으로 직접 음식배달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등에서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영업이 당분간 금지된 일부 PC방 업주들은 매장 손님에게 팔던 음식들을 배달 서비스로 판매하고 있다. 각종 음식을 매장에서 만들어 파는 PC방은 휴게음식점 허가를 받은 경우 PC방 영업정지 조치와 상관없이 음식을 판매할 수 있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31)씨는 “음식을 팔아 매출 피해를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음식점 대부분이 배달에 뛰어들다 보니 경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가게 문 닫고 종업원끼리 식사해도 단속" 항의   

정부가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연장하기로 4일 오후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카페에 포장 판매만 가능함을 알리는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연장하기로 4일 오후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카페에 포장 판매만 가능함을 알리는 안내문. 연합뉴스

자영업자와 관리·감독권을 가진 지자체간 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악구지회는 회원들에게 “오후 9시 이후 영업주와 종사원이 식사와 반주를 한 사례가 적발돼 영업소가 2주간 집합금지 명령을 받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9시 이후 음식점 등에서 취식을 금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수도권에서 시행된 후 벌어진 일이다. 관악구지회 관계자는 “단속에 걸릴 수 있으니 미리 조심하라는 뜻에서 안내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본 한 업주는 “오후 9시 영업 종료 후 종업원들의 매장 취식이 안 된다는 공지를 처음부터 받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오후 9시까지 바짝 장사하느라 저녁도 못 먹고 일하는데 종업원끼리 식사하는 것까지 단속하면 어떡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막무가내식’ 단속을 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주나 종업원이 문을 닫은 후 거리 두기를 지키며 식사한다면 단속 대상이 아니다”라며 “2.5단계 시행 후 단속된 업장들은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 등이 없어 종업원인 게 증명이 안 됐다. 또 단순 식사가 아니라 음주 사례만을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SNS서 거리 두기 무시한 친구 끊기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보릿고개에 시달리고 있지만 2.5단계의 거리 두기가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등에서 야외 모임을 가진 이들의 사진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김모(33·여)씨는 “이전까지는 SNS에 놀러 다니는 지인들의 사진이 올라와도 이해하려고 했으나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온 국민이 조심하며 지내는 이때 이런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개인적으로 안 지 꽤 된 지인이지만,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며 SNS 친구를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6일 종료 예정인 수도권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13일까지 1주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또 전국에 시행 중인 2단계도 2주간 더 연장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기에 죄송하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반드시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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