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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일에 뜬금없는 김원웅 이름 축하화환..."보낸 적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8일 부산금강공원에서 열린 국치일 제110주년 추념식에 김원웅 광복회장 명의의 축하 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 독자제공]

지난달 28일 부산금강공원에서 열린 국치일 제110주년 추념식에 김원웅 광복회장 명의의 축하 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 독자제공]

지난달 29일 열린 ‘국치일 제110주년 추념식’에 김원웅 광복회장 명의의 축하 화환이 놓여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환 제작 업체에 주문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로 인한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지난달 28일 일제만행희생자위령비 앞에 놓인 축하 화환 논란 #광복회 “회장 명의로 축하 화환 보낸 적 없다” 공식 입장 #추념식 기획한 한민족역사현창회 직원 실수로 드러나 #백신종 현창회장 “회원 사기 복돋우려 김 회장 명의로 화한 #직원이 추모 화환 대신 축하 화한 주문…좀더 신중했어야” #

국치일 110주년 추념식은 8월 29일 오전 11시 부산 동래 금강공원에서 열렸다. 경술국치는 1910년 8월 29일 일제가 대한제국 국권을 강탈했음을 공포한 날이다. 그런데 금강공원 내 일제만행희생자 위령비 앞에 ‘추모’ 화환이 아닌 ‘축하’ 화환이 놓이자 이를 본 일부 시민들이 의아해했다. 위령비는 국치일 83주년을 맞은 1993년 8월 29일 민족사의 아픔을 잊지 말자는 취지와 함께 일제 강점기에 희생당한 강제징용 피해자, 위안부 할머니, 학도병 등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광복회는 추념식에 축하 화환을 보낸 일이 없다고 했다. 광복회 관계자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광복회 중앙 차원은 물론 부산 지부에서 추념식에 축하 화환을 보낸 적이 없다”며 “어떻게 회장 명의의 축하 화환이 부산 금강공원에 놓이게 됐는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당일 추념식을 기획한 한민족역사현창회(이하 현창회) 소속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백신종 한민족역사현창회장은 추념식을 준비하면서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위령비 앞에 화환을 두기로 했다. 백 회장은 현창회 소속 직원에게 화환을 전화 주문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화환은 김원웅 광복회장이 보낸 것처럼 화환 띠를 마련하도록 했다. 백 회장은 “현창회 회원들에게 김원웅 광복회장은 영웅 같은 존재”라며 “회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김 회장 명의로 화환을 제작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백 회장과 김 회장은 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한다.

백 회장 지시를 받은 현창회 직원은 화환 제작업체에 주문을 하는 과정에서 추모 화환이 아닌 축하 화환을 주문했다. 화환 띠에는 김 회장 이름과 함께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도 새겨넣었다. 행사 성격을 오해한 데 따른 단순 실수였다는 게 현창회 측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한민족역사현창회 소속 회원들이 국치일 추념식을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한민족역사현창회]

지난달 28일 한민족역사현창회 소속 회원들이 국치일 추념식을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한민족역사현창회]

추념식은 전국에서 20여명의 현창회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위령비 앞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위령비 앞에는 김 회장 명의의 축하 화환과 다른 기관에서 보낸 추모 화환이 양쪽에 하나씩 놓였다. 백 회장은 “추모 화환과 축하 화환이 나란히 있었지만, 직원 실수를 눈치챈 회원은 없었다”며 “좋은 취지로 기획한 추념식에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음부터 좀더 신중하게 준비하겠다”고 해명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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