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자기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 전광훈 목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치료를 받다가 어제 16일 만에 퇴원한 서울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목사의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국민을 위로하기는커녕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궤변을 어어갔다. 목회자 아닌 선동가 전광훈의 모습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코로나19 치료 후 기자회견 열고 정부 맹공 #방역 협조하고, 국민·개신교에 미안해해야

전 목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상관이 없는 1948년 건국절 논란 등을 꺼내 들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정부의 방역 조치가 사기극이라고 단정했다. 예전부터 그가 각종 집회나 유튜브에서 주장해 온 내용을 반복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원인 진단도 현실과 동떨어졌다.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전 목사의 이런 발언은 코로나 방역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과 야당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감염이 재차 심각해지며 그제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1083명에 이른 사실을 그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자회견 서두에서 “저와 저희 교회를 통해 여러분께 많은 근심을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고 한 말의 진의가 의심스럽다. 진정 죄송했다면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일단의 책임을 지고 당국의 검진·방역활동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어야 했다.

전 목사는 이날 자신을 ‘선지자’라고 규정했다. “정치가·사회운동가가 아니라 한국 교회를 이끄는 선지자 중 하나”라며 “문 대통령이 국민을 계속 속인다면 한 달 뒤부터 순교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구약성경의 예언자쯤으로 간주하는 모양이다. 참된 목회자라면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자세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믿음도 확신으로 굳어지면 오만과 편견으로 변질할 수 있지 않은가. 전 목사의 지난 행보는 사실 정치인과 다름없었다. 2008년 이후 네 번의 총선에서 당명을 바꿔 가며 기독교 정당을 창당해 현실정치에 개입해 왔다. 그런데도 정치가·운동가가 아니라면 이만한 자기부정도 없을 터다.

전 목사는 한국 개신교에도 큰 짐이 됐다. 코로나19 대재앙의 원인 중 하나로 교회 모임이 지목되면서 한국 개신교가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교계 1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이 사태는 전광훈과 극우 기독교 세력이 저질렀지만 이를 방조하고 묵인한 한국 교회의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죄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이제는 전 목사가 이들의 호소에 응답할 차례다. 진심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고, 개신교의 앞날을 걱정한다면 선동적인 정치 행보를 중단하고 방역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