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방의료봉사단 에디오피아서 봉사활동

중앙일보

입력

"아메세크날루 독토르(선생님, 고맙습니다). "

지난 15일 오전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의 블랙라이온 병원 한쪽에 꾸며진 임시진료실.

30년간 천식을 앓아 온 아킬레르 아다미트(56)씨는 난생 처음 등에 뜸을 맞고는 한국에서 온 한의사에게 현지 공용어인 암하릭어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를 돌본 진선두(44.한의학 박사)씨는 "처음 접해본 뜸냄새가 환자에겐 역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며 "환자의 폐기능이 많이 떨어져 침보다 기력을 돋울 수 있는 뜸을 처방한 것" 이라고 말했다.

임일규(林逸圭)이사장 등 한국 해외한방의료봉사단(http://www.komsta.org)소속 한의사 12명이 지난 15~18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침과 뜸.부황 등 한방 인술(仁術)을 펼쳤다.

4일간 천식환자 6백여명, 류머티즘 환자 2백80명, 위염 환자 2백40여명 등 모두 3천5백여명의 가난한 환자들이 한국에서 온 허준의 후예들을 찾았다.

이들 외에 매일 수백명의 환자가 진료를 해달라며 병원 정문 앞에 몰려와 아디스아바바 현지 경찰 20여명이 진료 기간 내내 경계를 서야 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에티오피아는 1인당 국민소득은 1백달러 수준인 세계최빈국이어서 가난한 환자들은 병을 앓으면서도 비용 때문에 병원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16일 배관공인 아브라함 베레게(23)는 "여동생이 만성 위염을 앓고 있지만 비싼 진료비 때문에 병원에 못갔다" 며 "한국에서 의사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진료권을 받기 위해 14일부터 기다렸다" 고 말했다.

이번 의료봉사에서는 특별히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가족들 중 환자들을 돌보기도 했다.

현지주재 한국대사관(金昌秀대사)의 배려로 아디스 아바바 교외 한국참전용사촌(코리안 빌리지)에 사는 참전자들과 가족 3백여명이 미리 나눠준 진료권을 들고 의료봉사단을 찾은 것.

진료 마지막 날인 18일 진료를 받은 예비역 대위 타데스 케베데(77)는 "1952년 춘천인근 요크고지 전투에서 포탄파편을 머리에 맞고 큰 부상을 입었다" 며 "한국은 제2의 조국이나 다름없다" 고 반가워했다.

봉사단에 참가한 국가보훈처 강명중(姜明中.43.6급)씨는 "한국 정부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봉사단 활동은 에티오피아TV.에티오피아 헤럴드 등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봉사단이 도착하기 전인 11일 에티오피아 헤럴드지가 주말판을 통해 봉사단의 활동을 자세히 소개했고 16일 국영방송이 프라임 시간대인 8시뉴스에서 의료봉사활동을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헤럴드지 아벨 솔로몬(27)기자는 17일 "의료봉사는 정치적인 것이 아닌 인도주의적 교류로 감사한 일" 이라며 "앞으로도 자주 와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오광록(吳光錄.38.한의학박사)봉사팀장은 "에티오피아 복지부 당국이 이번에 한약재 반입을 불허하는 바람에 단기 진료에 그쳐 아쉽다" 며 "우리 한의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외봉사활동을 계속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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