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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경제브레인 "美 증시, 버블 아니라서 꺼질 일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 자산운용 수석 글로벌 전략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담당 특보였다. [베어링 자산운용 제공]

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 자산운용 수석 글로벌 전략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담당 특보였다. [베어링 자산운용 제공]

“지금 미국 주식 시장은 거품이 아니다. 따라서 꺼질 일도 없다. 당분간은 강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베어링 자산운용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크리스토퍼 스마트의 말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13~15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서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이후 재무부 부차관보로 임명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인 2018년까지 자리를 지키며 금융정책을 관장했다. 스마트는 2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조심스럽지만 미국 증시에 대한 밝은 전망을 내놨다.

한국에 대해선 “안보에선 미국, 교역에선 중국과 밀접한 한국은 세계 경제의 주요 지표(indicator)”라며 “한국의 팬더믹 대응은 세계 각국에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나스닥이 올해에만 벌써 41번째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미국 증시가 전에 없는 활황이다. 일각에선 거품을 경고한다.  
“버블이 아니라서 꺼질 수가 없다. 물론 일부 주식의 평가액이 과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가수익률(PER) 등의 숫자를 보면 지금 장은 버블로 보이지 않는다. 주식시장이 경제의 다른 분야보다 잘 나가고 있지만 그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 대응에 나선 덕이다.”
미국 증시는 올해 2~3월 바닥을 친 뒤 전례 없을 정도의 속도로 회복한 뒤 활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증시는 올해 2~3월 바닥을 친 뒤 전례 없을 정도의 속도로 회복한 뒤 활황을 누리고 있다.

애플과 테슬라 주식,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특정주에 대해 언급하진 못한다(웃음). 그러나 일반적으로 볼 때 지난 2~3월과 같은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3월 이후 장의 흐름을 분석하면 (백신 개발 등) 좋은 뉴스가 있으면 주식 장은 당연히 올랐고, 나쁜 뉴스가 있어도 곧바로 Fed가 소방수 역할을 했다.” 
지난해 애플 CEO 팀 쿡의 신제품 설명회. 애플은 올해 시총 2조 달러를 달성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애플 CEO 팀 쿡의 신제품 설명회. 애플은 올해 시총 2조 달러를 달성했다. AP=연합뉴스

최근 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더믹을 두고 ‘팬더믹 풋 옵션’이라는 표현을 썼다.  
“코로나19 팬더믹이 주식시장에는 호재라는 뜻을 담은 표현이다. 아까 버블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팬더믹을 극복한 이후 세계 경제가 오히려 더 걱정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중앙은행(ECB)부터 일본은행(BoJ) 등 세계 각국이 돈을 너무 많이 풀었다. 뒷감당할 때가 오고 있다.”  
Fed가 ‘평균물가목표제’ 시행을 발표하며 ‘고용 파이터’를 자처했다. 양적완화(QE)도 전례없는 수준이다.
“팬더믹 시대에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은 분명 달라졌다. Fed뿐 아니라 ECB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은 모두 QE를 있는 힘껏 하고 있고, 그럴 수밖에 없다. 팬더믹 이전의 중앙은행과 현재 중앙은행의 역할은 아예 다르게 정의해야 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 [중앙포토]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 [중앙포토]

한국은행도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야 할까.  
“한국 전문가가 아니기에 조심스럽지만, 모든 중앙은행의 현재 역할은 분명하다. 세계 어느 재정담당 부처이건, 중앙은행이건, 지금 그들에게 ‘너무 적극적으로 나가는 거 아니냐’라고 비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인플레이션도 거의 휴면(dormant) 수준이다.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기 회복 속도는 항상 느리다. 그게 사람 심리다. 이런 상황에선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건 당연하다.”  
부동산 규제나 공매도 금지 등 한국 정부가 ‘보이는 손’으로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비판이 있다.
“한국 정치를 잘 모르고, 구체적 정책에 대해선 말을 삼가는 게 맞을 듯싶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 이 팬더믹 상황에선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해서 사회주의라는 딱지를 붙이기 어렵다는 점은 언급해두고 싶다. Fed가 정크 본드까지 엄청 사들이고 있지만 사회주의라고는 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이 경기 회복을 향한 길에서 세계에 줄 수 있는 교훈이 있을까.   
“코로나19 초기에 질병관리본부 등이 대응을 매우 적절히 했다고 본다. 최근 상황도 (2.5단계 격상 등)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한국만 잘한다고 회복할 수는 없다. 국제경제 전체가 회복되는 게 필수다. 한국은 수출입 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제와 경기의 지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 더욱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숨고르기 후 미 대선 이후 확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스마트 수석 전략가는 전망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숨고르기 후 미 대선 이후 확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스마트 수석 전략가는 전망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미ㆍ중 사이에 낀 한국은 양국 무역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미국 대선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조셉)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이 돼도, 톤과 매너는 달라지겠지만 미국의 대중 정책과 메시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대선을 앞둔 숨 고르기 국면이고, 선거가 끝난 뒤 판을 잘 봐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두 개의 강력한 경제가 부딪칠 때 갈등은 불가피했다. 중국은 수년간 미국의 어젠다였다. 내가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NEC에 있을 때도 같은 고민을 했고, 지금도 누가 백악관에 있든 마찬가지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왼쪽)과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왼쪽)과 카말라 해리스.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할까. 그렇다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이번 대선 결과는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팬더믹이라는 요소가 워낙 강력해서다. 바이든이 된다면 트윗은 덜 하겠지(웃음). 그러나 현재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앞선다고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기엔 이르다. 현직 대통령에겐 많은 무기가 있다. 선거는 현재진행형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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