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본 "공공의대 음서제? 괴담불과" 정책 철회 사실상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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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병원 학생들과 전공의, 전임의 및 관계자들은 1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병원 입구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 개시 명령에 불응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원광대학교 병원 학생들과 전공의, 전임의 및 관계자들은 1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병원 입구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 개시 명령에 불응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의료계가 의사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사실상 정책 철회는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 반장은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전공의단체의 집단 진료거부와 관련하여 말씀드리겠다”며 한방첩약 건강보험 시범적용, 공공 의대 신설과 관련 철회가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8월 31일 호소문 발표를 통해 한방첩약 건강보험 시범적용, 공공 의대 신설, 의사 수 확대 등 이 세 가지 의료정책을 정부가 철회해야만 진료거부를 중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정 간 정책 철회와 불가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갈등 국면이 장기화될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반장은 “한방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시범사업은 세 가지 한방첩약에 대해 1년간 시범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해보고 그 결과를 평가해서 정식적인 보험적용 여부를 결정하려는 시범사업”이라며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8개월 이상 논의하여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의료공급자 8명, 가입자 대표 8명, 정부와 학계 관련 8명 등 24명으로 구성돼 있고, 의료공급자 8명 중 2명의 위원은 의사협회 소속이다.

윤 반장은“시범사업을 철회하라는 것은 그간의 논의 경과를 무시하는 것이고, 정부에게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며 “합리적 사유로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공공 의대 설립 정책도 철회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 반장은 “공공 의대는 지방의료원 등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할 공공부문 의사를 양성하는 특수대학원으로 국회에서의 법률이 제정되어야만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며 “정책 철회 요구는 국회의 입법권까지 관여된 사항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공공 의대) 설립 여부, 운영 방식 등 국회의 논의로 결정될 것으로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의사들 사이에 유포 중인 음서제 등은 괴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음서제는 고려·조선 시대 과거 시험을 보지 않고 상류층 자손을 특별히 관리로 채용하는 제도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8월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8월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부는 의사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선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윤 반장은 “정부는 이미 어떠한 조건도 걸지 않고 교육부 정원 통보 등 의사 수 확대 정책의 추진을 중단해 둔 상태다”며 “코로나19의 위기 극복 이후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를 하자는 제안을 지속해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철회 요구가 반복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윤 반장은 “어제(8월 31일)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19의 위기가 해소된 이후 정부가 약속한 협의체와 국회의 협의기구 등을 통해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국회, 의료계 원로, 대통령까지 약속한 협의를 믿고 이제 전공의단체는 조속히 진료현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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