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반짝효과 끝…7월 ‘소비절벽’ 2월만큼 심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7월 소비가 확 꺼졌다. 반짝 효과를 냈던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 지원 대부분이 7월부터 줄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전부터 이미 경제 지표는 나빠지고 있었다는 의미다. 8월부터 재확산한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치면 정부가 자신했던 하반기 V자 경기 반등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매판매 -6%, 설비투자 -2.2% #코로나 재확산 전부터 경제 악화 #하반기 V자 반등 물거품 가능성

소매판매 월별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매판매 월별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 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지수는 6월보다 6.0% 하락했다. 코로나19 본격 확산으로 큰 폭으로 소비가 줄었던 지난 2월(-6.0%)과 같은 하락 폭이다.

4월(5.3%)·5월(4.6%)·6월(2.3%) 모두 상승세였던 소매 판매가 7월에 다시 급감한 것은 정부지원 효과가 떨어진 탓이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폭이 7월부터 줄면서 승용차 판매(-19.7%)가 급감한 것이 대표적이다. 5월부터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도 90%가 6월에 소진됐다. 여기에 긴 장마 등 좋지 않은 날씨까지 겹치며 의복을 비롯한 준내구재(-5.6) 판매도 크게 줄었다.

생산과 투자도 정부지원 감소 영향을 받았다. 공공행정(-8.4%)이 크게 하락하면서 전체 생산은 전달보다 0.1%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설비투자(-2.2%)도 정부지원 효과가 떨어지면서 감소로 돌아섰다. 소비와 마찬가지로 개소세 인하 폭이 7월부터 줄면서 자동차 등 운송장비(-14.7%)가 많이 감소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에 비해 0.5% 상승했다. 미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증시 활황 등에 힘입어 전월비 0.7% 상승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전월보다 소매판매가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0.5%만 감소했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코로나19 재확산이 8월 산업 동향에 바로 반영될 것이고 해외에서 코로나 확산도 함께 우려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제 반등을 위해서는 코로나19 재확산부터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역이 없으면 경제가 없는데 정부 정책이 거꾸로 됐다”면서 “어쨌든 방역 상황을 우선 안정시키고 나서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며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