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자리 파괴자 바이든, 미국 경제 붕괴시킬 것”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01호 10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위해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백악관 연단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위해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백악관 연단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은 일자리 파괴자다. 바이든의 미국은 안전하지 않다.”

공화당 후보 수락 연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정조준 #70분 동안 41차례나 언급 #“한국과의 끔찍한 무역협정 지지” #바이든 과거 행적 강도 높게 비판 #“올해 안에 효과적 백신 가질 것” #코로나 확산에 잘 대처 자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정조준했다.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세금 인상과 규제 강화로 일자리가 줄고 치안이 불안해져 안전한 삶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70분 동안의 연설에서 바이든 후보를 모두 41차례나 언급했다. 지난주 바이든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 때 25분간 트럼프 대통령을 한 번도 직접 거론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아메리칸 드림을 사수할지, 사회주의 의제를 허용해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해 온 것을 파괴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후보의 경제 공약이 미국 경제를 몰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의 모든 미국 가정에 4조 달러 규모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는 빠르게 회복 중인 우리 경제와 기록적인 주식시장을 완전히 붕괴시킬 것”이라며 “나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폭의 감세 정책을 폈는데, 앞으로 세금과 규제를 이전에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더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10개월 내 일자리 1000만 개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중국에서 되돌아오는 제조업 일자리에 세제 혜택을 주고 해외에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미국을 떠나는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다.

무역 정책에 대한 바이든 후보의 과거 행적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바이든 후보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4개 중 1개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과의 끔찍한 무역협정을 지지했다”며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 간 합의였는데 내가 뒤집어서 우리나라에 대단한 합의를 했다”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바이든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바이든 후보의 결정으로 “미시간과 오하이오·뉴햄프셔·펜실베이니아에서 노동자들을 해고해야 했다”며 표 싸움이 치열한 경합주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지난 3개월간 9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기록을 세웠다고 주장했지만, CNN 팩트체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 2200만 개가 사라진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포틀랜드·시카고 등 일부 도시에서 살해와 약탈·방화 등 소요 사태로 바뀐 상황을 거론하며 “법과 질서를 다잡겠다. 폭도의 통치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와 아이 셋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의해 7발의 총격을 당한 제이컵 블레이크 등 흑인 인권 시위의 기폭제가 된 사건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급진 좌파에 휘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이 버니 샌더스(상원의원) 같은 난폭한 마르크스주의자와 급진주의자들에게 맞설 힘도 없는데 여러분을 어떻게 지켜주겠느냐”면서다.

그런 뒤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코로나19 확산에 잘 대처했다고 자평하며 “올해 안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갖게 될 것이다. 더 이른 시점에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등교 수업을 늦추고 필요할 경우 셧다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학교 문을 열고 경제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바이든의 계획은 바이러스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항복”이라고 비판했다.

2016년 전당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날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하는 역할은 장녀이자 백악관 수석보좌관인 이방카가 맡았다. 이방카는 “아버지의 트윗이 다소 무질서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결과가 말해 준다. 그는 성과를 낸다”고 감쌌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흥 연설을 즐기는 평소 유세와 달리 이날은 사전에 정해진 원고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연설문의 핵심 문장인 “나는 자랑스럽게(proudly) 이 지명을 받아들인다”는 부분을 “깊이(profoundly) 받아들인다”로 읽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에는 특별 초대손님 1500명이 모였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찾기 어려웠고 2m 간격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거리두기가 어려울 경우 야외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워싱턴DC의 방역 지침을 백악관이 정면으로 어긴 셈이다. 이런 지적에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언젠가는 모두가 감염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가 연설하는 동안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18만 명을 넘겼다.

이번 연설은 공화당 전당대회 개최 장소로 백악관을 사용함으로써 연방정부 시설을 정치 행사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한 해치법을 위반했다는 논란도 남겼다. 이날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에서는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시민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박현영·김필규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