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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간 中 왕이 "홍콩 운동가 노벨상 주지말라" 압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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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순방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현지시간) 네델란드 부쇼텐의 뒤벤보르데 성에서 에릭슨 쇠레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을 순방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현지시간) 네델란드 부쇼텐의 뒤벤보르데 성에서 에릭슨 쇠레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에 노벨평화상을 주는 건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압박성 발언을 했다.

"노벨평화상으로 내정 간섭하려는 시도 거부" #류샤오보 평화상 수여 때는 연어수입 제한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는 27일(현지시간) 홍콩 시위대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논평 요청에 이같이 답했다.

유럽 순방차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왕이는 “단 하나는 말할 수 있다.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도 중국은 어느 누구도 노벨평화상을 이용해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며 “우리는 누군가 노벨평화상을 정치화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왕이의 노르웨이 방문은 15년 만이다. 2010년 노벨상위원회가 중국 반(反)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에게 평화상을 수여한 뒤 중국 고위급 인사는 노르웨이를 방문하지 않았다. 평화상 수여 당시 중국 정부는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제한하는 등 무역보복에 나섰다. 중국 시장의 92%까지 장악하기도 했던 노르웨이산 연어는 이듬해인 2011년 대중 수출물량이 70%나 급감했다.

왕이는 이날 양국의 관계 회복을 강조하며 “우리가 계속 서로를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할 수 있다면 양국 관계는 지속적이고 건전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양국 관계의 정치적 토대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홍콩 시위대에 평화상이 수여될 경우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지난해 12월 홍콩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공원에서 민간인권전선 주최로 세계 인권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홍콩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공원에서 민간인권전선 주최로 세계 인권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감안한 듯 에릭슨 쇠레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은 양국이 인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면서도 홍콩 사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왕이가 유럽을 순방하며 만난 이탈리아나 네덜란드 외교장관들이 홍콩 사태를 거론한 것과는 달랐다고 SCMP는 전했다.

에릭슨 장관은 다만 “세계가 예측불허가 됐다”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가볍게 언급했다. 이날 왕이는 코로나19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이 지난해 말 세계보건기구(WHO)에 바이러스의 존재를 처음 보고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중국보다 더 일찍 다른 나라에서 출현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한편 중국은 유럽과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왕이의 유럽 5개국 순방이 끝나면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남부 유럽 3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SCMP가 보도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유럽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두 최고위급 외교관을 잇달아 유럽으로 파견하는 외교적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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