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쳤는데 서민 아파트값 뛰었다…연립주택도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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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규제에 아파트 전세물건이 씨가 마르고 있다. [뉴시스]

잇단 규제에 아파트 전세물건이 씨가 마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1주 연속 올랐다. 저가 아파트와 연립주택의 몸값도 뛰고 있다. 서민들의 주요 주거 수단이 불안정해지고 있는 것이다. ‘살기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빈대(강남 아파트값) 잡으려다 초가삼간(서민 주거) 태우는 형국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24일 기준)은 0.11% 상승했다. 61주 연속 상승 행진이다. 성북구(0.16%), 마포구(0.15%)를 비롯해 강남구(0.16%), 송파구(0.16%), 서초구(0.15%) 등지가 많이 올랐다.

전셋값 상승 폭은 약간 줄었지만, 전세물건은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 '세입자 권리 강화'를 위해 국회 상정 3일만인 지난달 31일 시행된 전‧월세상한제(5%),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는 전세 시장 불안정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대출이나 청약, 재건축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며 전세물건은 더 줄었다.

서민 주거안정 위한 규제 이후 전세물건 씨 말라

전세난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현재 서울 전세수급은 118.4로 1년 전보다 27포인트 높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서울시에 따르면 25일 기준 이번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2520건이다. 이대로라면 1년 전인 지난해 8월(1만467건)의 29%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은 1년 전의 75% 수준을 유지했다.

서민들의 한숨이 커지는 건 전세난뿐이 아니다. 여전히 오르고 있는 아파트값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오르는 데 그치며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은 “중저가 단지의 상승세는 지속하고 있지만, 부동산 3법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거래가 감소하며 상승세가 둔화했고 일부 고가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며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저가 아파트 상승세는 여전하다. ‘강남 아파트’를 정조준한 규제가 되레 저가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는 논란도 불거진다. 서울 아파트 하위 20%의 몸값이 상위 20%보다 더 뛰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을 5등분 했을 때 1분위(하위 20%)의 평균가격(4억3076만원)은 2년 전보다 37.8% 올랐다. 같은 기간 5분위(상위 20%) 평균 가격(18억8160만원)은 21.5%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저가 아파트인 1분위가 19.5% 오르는 사이 고가 아파트인 5분위는 12.9% 상승했다. 예컨대 2년 전 3억1263만원에 살 수 있었던 저가 아파트를 지금 사려면 1억1813만원이 더 필요하다.

아파트값 뛰자 연립까지 상승행진 

서민들이 주로 찾는 작은 평형의 아파트값도 많이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17일 기준)까지 전용 40㎡ 이하 아파트 매매지수는 0.4포인트 상승했다. 40~60㎡ 이하는 1.2포인트, 60~85 ㎡ 이하는 0.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102~135㎡ 이하는 0.2포인트, 135㎡ 초과는 1.2포인트 떨어졌다. 매매지수가 높을수록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아파트 몸값이 오르자 연립주택까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가격 상승의 도미노 효과다. 올해 들어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난달 말 기준) 0.54% 상승했고 전셋값은 0.44%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강남 아파트값 잡겠다고 강도를 높여가던 규제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서민이 맞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강창덕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23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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