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척수장애인의 성문제

중앙일보

입력

오늘은 드디어 여성 척수장애인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서입니다. 지난 몇 주간 남성 장애인 위주로 설명이 되어서, 혹시 여성 장애인 여러분들이 섭섭하셨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성재활 강의 시간에는 남녀 차별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전통적인 유교적인 관습으로 인해서 성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러 얌전한 척,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예의범절이 바른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성 입장에서 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왠지 쑥쓰럽고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것이지요.

여성 척수장애인 여러분, 오늘 여성의 성문제를 솔직하고 자세히 이야기합시다. 앗, 그렇다고 남성 장애인들이 그만 읽고 나가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안돼요. 여성의 문제가 곧 남성의 문제이고, 남성도 여성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니까요.

사례

우선 여성 척수장애인의 사례를 알아 볼까요. 이 사례는 국립재활병원의 사례입니다. (잠깐! 이 내용도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것 아시죠?)

이씨는 추락사고로 제 4, 5번 경추가 골절되어 사지에 완전마비가 온 27세 여성 척수 장애인이죠. 사고 후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남편과 성생활을 잘 하였으며, 국립재활병원에 입원하여 성재활교육에 참석하여 제대로 된 성재활 교육을 받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합니다.

소그룹 상담 시간에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어 동료 척수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치기 전까지는 결혼해서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아직 임신을 원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콘돔을 이용하여 피임을 했지요. 사고 전에는 다른 부부들처럼 부부생활을 했지요.

다른 젊은 부부들도 비슷하겠지만 일주일에 5-6회 정도 성생활을 했고, 체위도 다양한 체위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항상 오르가즘을 느꼈구요. 우리 부부는 성생활을 즐기는 편이었어요."

"사고로 팔은 약간 움직이는 정도고 다리는 젼혀 움직이지 않아요. 다치고 나서 남편이 혼자 간병을 했지요. 대소변을 포함해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고, 모든 것을 남편에게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성생활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렇게 병원생활을 하던 중에 남편이 먼저 말을 꺼내고 다가왔어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놀라겠지만 병실에서 스크린을 쳐놓고 처음 시도했어요. 입으로 남편을 충분히 애무를 해주고, 남편의 성기도 오럴섹스로 자극 해주었지요.

그리고 나서 삽입을 해서 했는데 남편은 오르가즘을 충분히 느꼈지만 저는 못 느꼈어요. 하지만 정신적인 도움은 많이 되었어요. 남편한테 당당해지고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후로 일주일에 2회 정도 성생활을 해요. 남편이 내 성감대를 찾아서 애무를 해주기 때문에 나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요. 체위도 다치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옆으로 누워 남편이 뒤로 다가오거나 제가 다리를 올린 자세로 부부생활을 하지요.

성생활의 장애나 불만족은 우리 부부에게는 없어요. 남편이 아직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성교 시에는 여전히 콘돔을 사용해요."

"국립재활병원에 오기 전에는 성재활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어요. 우리같은 척수장애인에게 많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국립재활병원에 와서 성재활교육을 받고 부부들끼리 소그룹 상담시간에 그 동안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를 실컷 했더니 막힌 것 뚫리는 듯 속 시원해요. 앞으로 우리부부가 살아나갈 일에 대해 더욱 자신감이 생겼어요."


성생활

여성 척수장애인들은 성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쉬운 질문이죠?

위에서 읽었듯이 사지가 마비된 사람도 여성의 경우에는 아무 어려움 없이 성생활을 하니까요. 성교의 행위에서 여성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므로 모든 여성 척수장애인들은 음경 삽입에 의한 성교가 가능합니다. '모든' 여성 척수장애인이라고 제가 말했습니다.

즉, 100%의 여성 척수장애인이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성은 남성과는 달리 성감대가 넓게 분포하고 있으므로 극치감을 느끼는데 문제가 별로 없지요. 여성 분들은 자신의 성감대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에 하반신이 마비가 되어 감각이 없다면, 유두나 입술, 또는 귀 뒤 부분 등 자신만의 성감대를 찾아야 겠지요.

그리고 특히 완전마비부위와 정상부위 사이의 감각 이행대(즉 감각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경계선)가 새로운 성감대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척수손상 후에는 성교시 윤활작용을 하는 질 분비액이 감소되거나 분비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부부관계를 할 때 빡빡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죠.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럴 때는 윤활액(젤리)을 사용해보세요. 윤활액을 어디서 구하냐고요? 그거야 여러분들이 넬라톤할 때 쓰는 젤리를 이용하면 됩니다.

오르가즘은 약 50%에서 느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완전 마비로 하반신과 질에 감각이 전혀 없는 여성장애인도 오르가즘을 느낀다는 사실입니다. 이때 느끼는 오르가즘은 사고전과 완전히 똑같이 느끼는 경우도 있고, 약간 변형된 형태로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온몸이 따뜻해진다거나, 온몸의 경직이 확 풀리는 느낌이 든다거나, 구름 위에 둥둥 떠있는 느낌 등이 있을 수 있지요.

임신 및 출산

여성 척수장애인이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요? 거기 졸고 있는 학생! 한 번 대답해 봐요. 대답 잘 했어요. 이 강의를 열심히 들은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여성 척수장애인도 얼마든지 아기를 낳을 수 있지요.

여성 척수장애인의 경우 약 50%에서 척수손상 후 월경의 장애를 초래하지만, 보통 다치고 나서 6개월 이내에 정상으로 회복되어 임신이 가능해집니다. 월경 중에는 패드를 사용하면서 회음부가 습해지며 욕창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보고에 의하면 147명의 여성 척수장애인 중 88%에 해당하는 135명이 임신 및 출산이 가능해서 거의 정상인 부부의 임신 및 출산율과 비슷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도 경수 4번 손상을 받은 여성척수장애인이 자녀를 출산한 사례가 최근에 보고되었어요. 경수 4번이면 정말로 팔을 전혀 못움직이고 얼굴과 목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는 것 혹시 아세요?

임신이 된 경우 임신 중 요로 감염 및 욕창의 발생률이 높아지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해요. 아기를 낳을 때 10번 이상의 손상에서는 정상적인 진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임신 32주 이후에는 조기 입원해야 안전합니다.

특히 제 6흉수 이상의 척수손상인 경우(대부분 경수손상) 분만시 '자율신경과반사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마취 후 제왕절개를 실시합니다.

제 6흉수 아래 손상의 경우에는 반드시 제왕절개를 할 필요 없이 정상분만이 가능하며, 이때 복부의 근육 힘이 약하므로 분만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서 진공흡인술 등을 이용하여 분만을 도울 수 있죠. 임신 28주부터는 매주 산전진찰을 받고 산모가 자신의 배를 만져서 자궁수축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어떠할까요? 젖을 먹여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요? 출산 후 모유를 먹이는 일은 정상적으로 가능합니다.

또한 보고에 의하면 척수장애인을 부모로 둔 자녀들의 성장과정을 연구한 결과,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자녀들이 정상적으로 잘 성장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을까?, 아이가 잘 자랄까?'이런 쓸데 없는 걱정일랑 하지 말고 낳아서 키우시라는 이야기입니다.

피임

어떤 분들은 척수손상 후에는 피임을 안 해도 아이가 안 생긴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면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하지요.

그런데 척수손상 여성은 복부에 감각이 떨어져 있으므로 루프, 다아아프램 등을 사용하는 방법은 자궁내벽의 손상이나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권장할 만한 피임법이 아닙니다. 또한 경구 피임약 역시 혈전증(혈관이 막히는 증세)의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피임을 해야 하나요? 권장할 만한 피임법으로는 콘돔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영구적 피임법인 난관결찰술 등을 시행하는 방법입니다.

여성 척수 장애인 여러분! 용기를 가지세요. 그리고 도전하세요. 여러분도 훌륭히 성생활을 할 수 있고 남성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습니다. 아기를 갖도록 노력해보세요. 별 어려움 없이 임신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잘 낳아서 잘 키우세요.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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