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윤희숙 보란듯 반박 "지원금은 구제 아닌 경제정책"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이재명 경기지사가 2차 재난지원금을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하며 서둘러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지금 필요한 것은 '빈민 구제'가 아닌 '경제 정책'"이라는 글을 올렸다. 윤희숙 통합당 의원이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 현금을 뿌려 경기를 부양한다는 건 난망”이라며 "단언컨대 지금의 재난지원금은 구제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해외도 경제회복용 재난지원금 지급"

이 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지금의 위기는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요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며 "수요확대로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경제 정책'인 이유"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도 경제정책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며 "이들 나라가 경제를 몰라서, 모든 국민이 가난해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겠느냐"고 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전 국민에게 1인당 1000달러(약 120만원), 홍콩은 18세 이상 영주권자 모두에게 1만 홍콩달러(약 155만원),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시민권자에게 약 26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마카오도 1인당 약 46만원을 모든 영주권자에게 전자 바우처로 나눠줬고, 일본도 주민 기본대장에 기재된 모든 일본 거주자에 대해 1인당 114만원의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재난 기본소득, 평등하게 지급해야"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은 현금이 아니라 지역 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사용 기한이 정해진 '소멸성' 지역 화폐로 지급해야 확실하게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기본방역과 경제방역 모두 속도가 생명"이라며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며 선별지급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고 집행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경제방역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적극적 재정집행이 방역 성공률을 높이고 오히려 재정 건전성도 덜 악화시킨다는 한국금융위원회의 의견도 있다"며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며 평등원칙을 위반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세금 많이 낸 상위소득자를 배제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재난지원금은 당원으로서 의견"  

이 지사는 자신의 주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 2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지사가 다시 "전 국민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고 요구하자 일각에선 '당에 대한 반기(反旗)', '불협화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한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이 지사는 SNS에 다른 글을 올려 "국민이자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 1370만 경기 도정을 책임진 행정관으로 말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론 결정 전 당원의 주장은 모두 주장일 뿐, 어떤 당원의 말은 당의 입장이고 어떤 당원의 말은 반기일 수 없다"며 "당이 결정하면 당원으로서 당연히 따를 것이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도민대표이자 당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치열하게 논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경기도는 지난 24일 "코로나19 2차 대유행과 이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1인당 30만원의 2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