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확진자 400명 육박, 정점 아니다…3단계 격상 고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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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수백명이 쏟아지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한동안 확진자가 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리두기 실천 없으면 더 급격한 유행" #감염재생산지수 1.67로 올라, 위·중증 환자 30명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23일 오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현 상황과 관련해 “오늘 확진자가 400명에 육박했다. 이것을 정점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환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3일 전국으로 일파만파 확산, 정부와 방역당국이 초비상에 걸렸다. 이날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3일 전국으로 일파만파 확산, 정부와 방역당국이 초비상에 걸렸다. 이날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정 본부장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검사자가 여전히 많은 데다 확진자로 인한 n차 전파가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위험요인으로 봤다.

정 본부장은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고 확진자의 가족이나 직장, 확진자가 이용했던 다중이용시설 추적조사와 접촉자 관리가 진행되고 있다”며 “n차 전파가 확인되고, 새로운 감염자들이 더 많은 노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경로 등을)조사하고 있는 확진자 숫자 비율(깜깜이 환지 비율)이 20%에 육박한다”며 “이들을 조사하다 보면 또 다른 대량 노출을 확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유행이 엄중한 상황이고, 확진자 규모도 당분간 상당수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접촉 출이지 않으면 유행 규모 꺾기 어려워”  

일일 신규 환자는 최근 사흘 연속 300명 이상 나왔고, 이날엔 400명 가까이 환자가 쏟아졌다.

정 본부장은 “지난주 환자가 이전 주보다 10배 이상 급증했고 수도권뿐만이 아니라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n차 전파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장소와 여러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유행양상이 향후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고 하면 더 급격한 유행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확진자 규모와 별개로 코로나19의 강한 전파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 본부장은 “지난주 한 주간의 감염재생산지수가 전국 단위로 1.67로 산출됐다. 수도권이 1.65, 호남권이 2.18 정도로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재생산지수란 감염병 환자 1명이 얼마나 많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가 2이면 1명이 2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이다. 1 이상이면 방역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신규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가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 본부장은 “이렇게 확진자가 급증하면 방역당국의 조치만으로는 억제하기가 어렵다”며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지 않으면 유행의 규모를 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만이 현재의 유행양상을 꺾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효과와 관련해선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작동이 되더라도 2단계의 영향이 나타나려면 적어도 1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23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로의 한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주말 예배를 드리고 있다.이 교회는 시간이 촉박해 신도들이게 미리 광고를 못해 오프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고 다음주부터 온라인으로 예배를 올린다고 관계자가 전했다.송봉근 기자

23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로의 한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주말 예배를 드리고 있다.이 교회는 시간이 촉박해 신도들이게 미리 광고를 못해 오프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고 다음주부터 온라인으로 예배를 올린다고 관계자가 전했다.송봉근 기자

일각에서 당장 3단계로 거리두기를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본부장은 “매일 고민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내에서 필요성과 시기, 방법 등을 계속 논의하고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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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 관련 환자 45명 추가…위·중증 환자도 30명

당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환자는 전날보다 45명 늘어 누적 841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만 792명이 확진됐다. 이 교회와 관련해 다른 종교시설, 직장, 의료기관 등에서 2, 3차 감염이 속출하면서 추가 전파로 인한 확진자가 112명으로 늘었다.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가 21곳에 달한다. 현재까지 교인 3600여명이 검사를 받았는데 당국이 추가로 명단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환자가 앞으로 더 늘 수 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대규모 집회 확진자가 속출해 전날보다 32명 늘어 관련 환자는 모두 136명으로 집계됐다.

2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관계자 및 신도들과 경찰이 중대본의 역학조사 중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관계자 및 신도들과 경찰이 중대본의 역학조사 중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 규모가 늘면서 위중·중증 환자도 이날 기준 30명으로 증가했다. 이중 사랑제일교회 관련한 환자가 4명으로 가장 많다. 정 본부장은 “20일까지는 1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21일부터 (위중·중증 환자가)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최근 집단발병 사례 중에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데다 집단발병이 증가하면서 위중·중증 환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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