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주장…1차는 효과 있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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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 가계수지로 본 재난지원금 효과

여당을 중심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이 커지고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제적 역할이 중요한 때”라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내수 위축의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지도부는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모든 가구에 최대 100만원을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썩 크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고 침체한 경기가 살아 날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 조사의 세부 지표를 보면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가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으로 벌이를 더 늘려줬는데 왜 그만큼 쓰지 않았을까. 2분기 가계동향 조사 세부지표를 통해 그 이유를 살펴봤다.

정부가 준 돈은 2배↑…소비성향은 역대 최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줄 선 시민들. 연합뉴스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줄 선 시민들. 연합뉴스

21일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2분기 공적 이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증가율 127.9%)에 이른다. 공적 이전소득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가계에 주는 돈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해 각종 정부 지원수당, 연금, 세금 환급금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이렇게 공적 이전소득이 크게 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등 각종 지원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일해서 번 돈(-5.3%)과 사업을 해서 번 돈(-4.6%)은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지만, 이런 정부 지원으로 인해 전체 소득(4.8%)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정부가 세금으로 부족한 벌이를 보충해 줬지만 정작 소비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 고정 지출을 빼고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에서 소비 비율인 평균 소비성향은 2분기 67.7%로 전년 같은 기간 비교해 2.5%포인트 하락했다. 쉽게 말해 쓸 수 있는 소득은 늘었는데 그만큼 지갑을 열진 않았다는 이야기다. 2분기 기준으로 평균 소비성향이 60%대로 주저앉은 것은 2003년 통계작성 이래 처음이다.

식료품·자동차 지출만 크게 늘어?

품목별 소비지출 증감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품목별 소비지출 증감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소비 분야를 나눠서 보면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 활성화에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게 더 드러난다. 우선 2분기 소비 지출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가 교통(24.6%)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국제유가 하락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운송기구 연료비(-11.1%), 육상운송(-11.8%), 항공요금 등 기타 운송(-41%)은 모두 큰 폭으로 지출이 줄었다. 유일하게 는 것은 자동차구입(144%)이다. 자동차를 많이 산 것은 개별소비세 인하, 노후차 교체 등 정부 지원책과 업계 할인이 2분기에 집중한 덕이다.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난 식료품·비주류음료(20.1%)는 판매량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채소와 육류 가격 상승 영향도 있었다. 또 이 분야 소비는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필수 품목이기 때문에 추가로 소비를 늘렸기보다는 원래 사야 할 것들을 재난지원금으로 미리 당겨 샀을 가능성도 있다.

근로·사업소득 등 고정수입 줄수록 소비↓

소득수준별 평균소비성향 증감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소득수준별 평균소비성향 증감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분기 평균 소비성향을 소득 계층별로 보면 중상층인 4분위(1.3%)를 제외하고 전 계층에서 지난해 비해 줄었다. 특히 1분위(-9.3%)·2분위(-7.6%)·3분위(-5.2%)처럼 저소득층일수록 소비성향이 더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저소득층이 지갑을 닫은 이유는 근로·사업 소득 등 경제활동을 통해 버는 수입이 고소득층보다 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지원금인 공적 이전소득을 뺀 시장소득만 놓고 볼 때 최고 소득층(5분위)과 최저 소득층(1분위)의 격차는 지난해 2분기 7.042에서 올해 2분기 8.42로 격차가 커졌다.

이렇게 근로·사업 소득처럼 경제 활동을 통해 버는 수입이 중요한 것은 전체 소비계획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지원금으로 잠시 소득이 늘어났어도 고정 벌이가 줄어들면 소비를 하기보다 미래를 대비해 돈을 모으려고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금 등 일시적 수입은 장기 소비계획에서 빼는 경향이 있다”며 “근로소득 등 고정적 수입이 줄면 지원금으로는 원래 사야 할 필수 생필품을 사고 남는 돈은 저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소비 진작 효과가 떨어지는 정부 지원금을 모든 가구에 주기보다는 정말 필요한 계층에 선별해서 집중 지원하는 게 더 나았다는 이야기다.

이게 왜 중요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하면서 경기가 다시 침체할 가능성이 커졌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재정지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출을 보다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2차 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효과가 떨어지는 전 국민 지원보다는 형편이 좋지 않은 가구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20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위기 상황에서는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소득이 급감한 저소득층이 지원금을 받게 되면 (저축하지 않고) 소비할 가능성 크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미치는 지원 효과도 커진다”고 조언했다.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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