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한반도 주변 폭격기 맞불 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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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과 러시아가 동아시아 상공에서 전략 폭격기로 맞불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이 지난 17일 전략 폭격기 6대를 무더기로 투입하자 러시아도 19일 전략 폭격기를 동해에 보냈다.

미, 17일 B-1B 등 6대 함께 비행 #러, 이틀 뒤 같은 규모로 무력과시

‘한미연합훈련 시점’미 폭격기 6대 동시 출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미연합훈련 시점’미 폭격기 6대 동시 출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일 군 당국에 따르면 전략 폭격기 Tu-95MS 2대, 수호이 계열 전투기 2대 등 러시아 군용기 4대가 전날 정오께부터 20분간 독도 동해상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전투기 2대가 폭격기 2대를 엄호하는 방식으로 날아든 러시아 군용기들은 한·일 방공 중첩구역을 따라 남하하다 KADIZ에 이어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잇따라 넘었다.

JADIZ를 넘은 뒤엔 러시아 군용기 2대가 더해져 모두 6대가 공중 훈련을 벌였다. 미군이 앞서 보냈던 폭격기와 같은 숫자다.

Tu-95MS

Tu-95MS

군 당국은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 즉시 F-15K, KF-16 등 전투기를 긴급 투입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통신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사전에 러시아 측의 통보도 없었다”고 말했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항공기가 진입하기 전 사전 통보하는 게 국제관례다.

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상공 출격은 미국 폭격기의 무더기 출격에 대응한 맞대응 작전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17일 B-1B 전략폭격기 4대와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2대 등 6대의 폭격기를 대한해협과 일본 인근 상공에 띄웠다. B-1B 2대는 미국 텍사스에서, 다른 2대는 괌에서 출격했고, B-2는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에서 날아왔다. 전 세계 3곳에서 전략 폭격기를 출격시켜 동아시아 상공에 보내 타격 목표를 일거에 궤멸시킬 수 있음을 과시했다.

이에 러시아도 미군 핵 전력의 동해 진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무력을 보여준 게 됐다. B-2와 Tu-95MS 모두 핵무장이 가능하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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