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에이즈특총 폐막…에이즈퇴치 청사진 채택

중앙일보

입력

유엔 에이즈 특별총회가 27일(현지시간) 에이즈 퇴치의 청사진을 담은 'HIV(에이즈 바이러스)/에이즈에 관한 서약 선언문'을 채택하고 3일간의 회의를 마쳤다.

서방과 회교권이 문안을 놓고 막판까지 논란을 벌이는 우여곡절 끝에 총회에서 채택된 에이즈 서약 선언문은 연간 2천2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에이즈 치료법 개발을 비롯해 에이즈퇴치를 위한 주요 목표를 설정하고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인권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이 선언문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각국이 에이즈의 심각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퇴치하기 위한 지구촌 차원의 공동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문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언문은 ▲오는 2003년까지 각국이 에이즈에 대처하는 국가전략과 재원조달 계획을 마련하고 ▲2005년까지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한편 ▲HIV 감염 임산부에 대한 치료를 통해 HIV 감염 유아를 2005년까지 20%, 2010년 50%를 줄이는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선언문은 또 오는 2003년 이전에 에이즈 치료제 가격조정 등을 통해 에이즈 환자들이 치료제를 더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005년까지 광범위한 보건프로그램 이행에 진전을 이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된 서약 선언문으로 "에이즈와의 전쟁을 벌여나갈 수 있는 분명한 전투계획이 세워졌다"고 지적하고 "이는 전인류가 지구촌 차원의 도전에 대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이 공중보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최초로 소집한 이번 특별총회에는 각국의 정상과 정부 대표단 이외에 3천여명의 보건전문가와 과학자, 에이즈 환자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에이즈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있는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정상들이 직접 참석을 해 에이즈퇴치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호소했으며 이에 화답하듯 총회기간에 국제 에이즈퇴치기금이 7억달러로 불어났다.

아난 사무총장은 빈곤국가들의 에이즈퇴치를 위해서는 연간 70∼10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이미 약속한 2억달러의 에이즈 퇴치기금 이외에 의회에서 전세계의 에이즈 퇴치노력을 위해 13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특총에서 그러나 에이즈 퇴치의 필요성과 협력에 관한 일치된 의견에도 불구하고 에이즈를 보는 시각이나 대처방법, 자금배분 등의 각론에 대해서는 분열상을 보였다.

회교권 국가들은 종교적 이유를 들어 에이즈 선언문 초안에 에이즈 취약그룹으로 게이와 매춘부 등의 어휘가 등장하는 것에 반발해 제동을 걸고나섰으며 결국 총회 마지막날에 서방측이 이를 '성습관', '생계수단' 등의 단어로 바꾸는 것으로 물러남으로써 어렵게 합의가 이뤄졌다.

또 특총 첫 날 회의에서는 미동성애 인권단체의 대표가 원탁회의에 참석하는 문제를 놓고 회교권 국가의 의사진행 방해로 2시간30여분간 회의가 진전되지 못하기도 했다.(유엔본부=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