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올 상반기 국내 상장기업의 수익 창출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순이익이 1년 새 34%나 급감했다. 기업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기업의 '고난의 행군'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빼면 순이익 47% 급감
19일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92곳의 상반기 실적(연결 기준)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943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8% 줄었다. 수익성은 더 나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2%, 34.1% 줄어든 42조6534억원, 25조54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52%로, 지난해 상반기(5.62%)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1000원어치 팔아 45원을 벌었단 뜻이다. 상장사의 28.9%에 해당하는 171곳은 적자였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빼고 보면 실적은 더 암울하다. 1년 전보다 매출은 6.5%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5.4%, 47.1% 급감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3.36%로 뚝 떨어진다.
실적 악화는 정유와 항공 업종에서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여파에다 국제 유가 하락이란 직격탄을 맞아서다. 정유업체가 포함된 화학 업종(85개사)은 상반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97% 줄었다. 가장 많은 순손실을 낸 상장사 1~2위에도 SK이노베이션(-1조8980억원)과 에쓰오일(-9475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항공업체가 포함된 운수·창고업종(22개사)은 1조6225억원 적자(순손실)를 냈다. 아시아나항공(-6333억원)과 대한항공(-6195억원)의 손실이 컸다.
그나마 1분기보단 2분기에 실적 충격이 덜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23조1923억원)과 순이익(14조2014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6.9%, 19% 줄었지만 올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9.2%, 25.2% 증가했다. 특히 내수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종 순이익은 1분기 대비 120% 뛰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상장사 952곳의 상반기 매출액은 95조32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1%, 28.3%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4.93%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3분기 실적 나아질 듯…코로나 확산 땐 내수 기업 타격"
기업 실적은 일단 최악의 국면은 지나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4%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기업 실적이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로 가면서 좀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제 활동 재개로 국내 수출 기업이 실적 회복을 이끄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서울 등 수도권 방역 수위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격상한 데 이어 수도권 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려 집단 모임·행사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운송·숙박·유통 업종이 또다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단 분석이다. 정 본부장은 "내수 기업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심각해지면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나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인데, 더 길어지면 정부도 봉쇄 조치 강도를 높일 것이므로 내수 기업의 부진이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