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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충격에 상장사 순이익 34% 뚝…하반기도 '고난의 행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올 상반기 국내 상장기업의 수익 창출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순이익이 1년 새 34%나 급감했다. 기업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기업의 '고난의 행군'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모란민속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장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모란민속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장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빼면 순이익 47% 급감

19일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92곳의 상반기 실적(연결 기준)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943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8% 줄었다. 수익성은 더 나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2%, 34.1% 줄어든 42조6534억원, 25조54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52%로, 지난해 상반기(5.62%)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1000원어치 팔아 45원을 벌었단 뜻이다. 상장사의 28.9%에 해당하는 171곳은 적자였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빼고 보면 실적은 더 암울하다. 1년 전보다 매출은 6.5%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5.4%, 47.1% 급감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3.36%로 뚝 떨어진다.

실적 악화는 정유와 항공 업종에서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여파에다 국제 유가 하락이란 직격탄을 맞아서다. 정유업체가 포함된 화학 업종(85개사)은 상반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97% 줄었다. 가장 많은 순손실을 낸 상장사 1~2위에도 SK이노베이션(-1조8980억원)과 에쓰오일(-9475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항공업체가 포함된 운수·창고업종(22개사)은 1조6225억원 적자(순손실)를 냈다. 아시아나항공(-6333억원)과 대한항공(-6195억원)의 손실이 컸다.

상반기 실적 부진한 코스피 상장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상반기 실적 부진한 코스피 상장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나마 1분기보단 2분기에 실적 충격이 덜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23조1923억원)과 순이익(14조2014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6.9%, 19% 줄었지만 올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9.2%, 25.2% 증가했다. 특히 내수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종 순이익은 1분기 대비 120% 뛰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상장사 952곳의 상반기 매출액은 95조32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1%, 28.3%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4.93%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상반기 실적 부진한 코스피 상장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상반기 실적 부진한 코스피 상장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분기 실적 나아질 듯…코로나 확산 땐 내수 기업 타격"

기업 실적은 일단 최악의 국면은 지나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4%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기업 실적이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로 가면서 좀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제 활동 재개로 국내 수출 기업이 실적 회복을 이끄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서울 등 수도권 방역 수위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격상한 데 이어 수도권 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려 집단 모임·행사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운송·숙박·유통 업종이 또다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단 분석이다. 정 본부장은 "내수 기업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심각해지면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나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인데, 더 길어지면 정부도 봉쇄 조치 강도를 높일 것이므로 내수 기업의 부진이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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