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병상 줄여라 지시 따랐더니…열흘만에 다시 만들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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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46명 증가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신규 확진자 146명 중 107명이 전광훈 씨가 담임목사로 있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발생했다. 김성룡 기자

서울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46명 증가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신규 확진자 146명 중 107명이 전광훈 씨가 담임목사로 있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발생했다. 김성룡 기자

인천광역시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4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병상 78개 중 68개를 일반 병실로 전환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전국 감염병 전담병원에 확보된 병상을 조정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중수본은 “확진자가 지속해서 일정 규모 이상 발생한 지역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그 외 지역은 시·도 단위로 최소 병상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중수본 지시에 따라 코로나 병상을 줄인지 열흘 여만에 상황이 반전했다. 14일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03명, 15일 166명, 16일 279명으로 늘면서 병원들이 고민에 빠졌다. 가천대병원은 일반 병실로 전환한 병상을 다시 코로나 병상으로 바꿀지말지 고심하고 있다.

인하대 병원도 8월 초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음압 기기가 설지된 병상을 줄였다. 인하대 병원 관계자는 “35개 정도이던 병상에서 20개를 줄였다”며 “다시 병상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지는 않았지만 되돌려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모습. 연합뉴스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모습.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방역 당국이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무서운 속도로 코로나19가 퍼지고 있어 병상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4일부터 사흘간 늘어난 신규 환자는 548명이다. 이 가운데 462명이 서울·경기·인천에서 나왔다. 수도권 지자체끼리 병상을 서로 공유하게 돼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고 누차 말했다”며 “장기적인 병상 유지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직원이 출근해 음압 기기를 떼고 차단벽을 철거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며 “정책이 이런 식으로 바뀌면 현장은 아주 혼란스럽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병원 관계자는 “지시를 받고 ‘이래도 되나’고 걱정했다”며 “그 우려가 바로 현실로 드러나니까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환자 병상관리팀에 따르면 수도권에 확보된 총 병상은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1479개, 중증환자 치료 병상 339개다. 16일 오후 2시 기준 수도권에 남아 있는 병상은 감염병 전담병원 797개,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97개로 병상 가동률은 각각 46.1%, 71.3%였다. 사진은 대구 경북대 병원 안 음압병상 모습. 중앙포토

보건복지부 환자 병상관리팀에 따르면 수도권에 확보된 총 병상은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1479개, 중증환자 치료 병상 339개다. 16일 오후 2시 기준 수도권에 남아 있는 병상은 감염병 전담병원 797개,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97개로 병상 가동률은 각각 46.1%, 71.3%였다. 사진은 대구 경북대 병원 안 음압병상 모습. 중앙포토

서울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특별시 보라매 병원은 지난달 코로나 관련 병상을 줄였다. 병원 관계자는 “정확히 얼마나 줄였는지는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신규 환자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병상을 줄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은 병상과 생활치료시설 등에 아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급증하는 환자 추세를 고려하여 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감염병 전담병원의 경우에 약 800병상,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음압 병상은 200병상 정도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환자 병상관리팀에 따르면 수도권에 확보된 총 병상은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1479개, 중증환자 치료 병상 339개다. 16일 오후 2시 기준 수도권에 남아 있는 병상은 감염병 전담병원 797개,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97개로 병상 가동률은 각각 46.1%, 71.3%였다.

경증 환자가 입원하지 않고 격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생활치료시설은 두 곳이다. 16일 오후 2시 기준 경기도 안산에 있는 경기·수도권 생활치료센터는 정원 200명 가운데 194명이 입소 가능하다. 240명을 받을 수 있는 천안의 중부권·국제 생활치료센터는 215명이 입소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는 당장 추가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속도라면 이번 주 안에 기존에 준비된 병상이 다 찰 것 같다”며 “당장 병상을 확보하지 않으면 19일쯤부터 대기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는 “병상은 확보하라고 해서 바로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음압 기기와 차단벽을 설치하고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해 일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병상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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