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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초대~21대 육참총장, 일제 빌붙어 독립군 토벌"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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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 서대문 독립공원 어울쉼터에서 열린 제101주년 대한민국임시정수립 기념식에서 임시헌장 낭독하는 김원웅 광복회장. 뉴스1

지난 4월 11일 서대문 독립공원 어울쉼터에서 열린 제101주년 대한민국임시정수립 기념식에서 임시헌장 낭독하는 김원웅 광복회장. 뉴스1

'친일파 파묘(破墓)' 주장으로 논란이 된 지난 15일 김원웅 광복회장의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가 지역마다 다른 내용으로 읽힌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 회장이 서울에서 정부 주관 행사에 참석해 직접 읽은 기념사보다도 제주·경북 등 다른 지역에서 읽힌 기념사에 더 자극적인 내용이 담겼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이철우 경북지사가 듣고 반발한 것은 서울과 다른 '지역 버전' 기념사였다.

이날 정부 경축식 기념사에서 김 회장은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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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지역 경축식 기념사에서는 같은 대목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미 육군 대장이 한국 국민의 친일 청산 요구를 묵살했고, 오히려 친일파를 권력의 핵심에 중용했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서울 이외 지역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이 집권해 국군을 창설하던 초대 육군참모총장부터 무려 21대까지 한 명도 예외 없이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자가 육군참모총장이 됐다”는 발언도 했다. 그러나 당시 학도병으로 강제 징집됐다가 육군참모총장이 되거나, 일본 대학에 유학을 간 경우도 있어서 일본군 복무 경력이 있는 참모총장들이 모두 독립군을 토벌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또 김 회장의 지역 기념사에는 "이들 민족 반역자들은 국무총리, 국회의장, 장관, 국회의원, 국영 기업체 사장, 해외 공관 대사 등 국가 요직을 맡아 한평생 떵떵거리고 살았다”, “대한민국은 친일파의 나라, 친일파를 위한 나라가 됐다”는 발언도 담겼다.

보수 정치 세력을 "친일 반민족 세력"이라 칭하고 "전 세계에 민족을 외면한 세력이 보수라고 자처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 이라고 말한 것도 서울 이외 지역 경축식 기념사에서다.

아래는 제주 지역에서 낭독된 김 회장의 기념사 전문. 정부 행사에서 읽혔는데 지역에서 빠진 부분은 괄호 표시했다.

[전문] 제75주년 광복절 김원웅 광복회장 기념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방 이후, 우리 국민은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뚫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제주4·3항쟁, 4·19혁명, 부마항쟁, 광주5·18항쟁, 6월항쟁, 촛불혁명은 친일 반민족 권력에 맞선 국민의 저항이었습니다. 이들 항쟁은 일제 강점에 맞섰던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일제 패망 후 점령군으로 남한에 진주한 맥아더 사령관은 한국 국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건국준비위원회를 해체시켰습니다. 미군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해체를 강요했고 임시정부 요인들은 개인 자격으로만 조국 땅에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맥아더는 한국 국민들의 친일 청산 요구를 묵살했습니다. 오히려 친일파들을 권력의 핵심에 중용했습니다.

(미군정을 거쳐 한국 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 전개되었습니다.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승만이 집권하여 국군을 창설하던 초대 육군참모총장부터 무려 21대까지 한 명도 예외 없이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자가 육군참모총장이 되었습니다. 이들 민족 반역자들은 국무총리, 국회의장, 장관, 국회의원, 국영 기업체 사장, 해외 공관 대사 등 국가 요직을 맡아 한평생 떵떵거리고 살았습니다. 대한민국은 친일파의 나라, 친일파를 위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어떤 국가든 화폐 속의 인물은 국가 정통성의 상징입니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프랑스의 드골, 인도의 간디. 이들은 그 나라의 화폐 속에 있는 독립운동가들입니다. 전 세계의 화폐 속의 인물에 독립운동가가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한 나라뿐입니다.

최근 광복회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받았습니다. 그 중에는 안익태가 베를린에서 나치와 함께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회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 한 나라뿐입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 당시 국회에서 외교 정책, 통일 정책을 총괄하는 통일외교통상위원장으로서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정치인을 만났습니다. 일본의 정치인을 만나 ‘독일처럼 진심으로 과거 청산을 하라. 전범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일본 정치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국립현충원에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전범, 그 전범의 졸개들이 묻혀 있더라. 당신들은 왜 그곳에 참배하느냐? 우리더러 과거 청산하라고? 당신들이나 제대로 하라.’

서울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고 하는 곳에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 있습니다. 해방 후 미국에 다시 빌붙어 육군참모총장과 장관을 지낸 자입니다. ‘조선 청년의 꿈은 천황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야스쿠니 신사에 묻혀 신이 되는 것이다.’ 그가 한 말입니다. 이런 친일 반민족 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IMF는 2023년이 되면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초조감이 지난해 경제 보복으로 나타났습니다.) 촛불 혁명으로 깨어난 국민들의 자신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 그리고 정부의 당당한 대처로 우리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거뜬히 이겨내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골드만삭스는 남북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1민족 2체제로 서로 협력하면 수 년 내에 프랑스와 독일을 따라잡고 이어서 일본을 따라잡아 세계 최선진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찬란한 우리 민족의 미래에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세력입니다.

친일 미청산은 한국 사회의 기저 질환입니다. (친일을 비호하면서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것은 매국노 이완용을 보수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한국 사회의 갈등 구조는 보수와 진보가 아니고, 민족과 반민족입니다. (남북 간의 분단 극복 노력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또한 친일 반민족 세력의 행태가 일본 극우의 입장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합니다.)

친일 반민족 세력이 민족 자주적 역량의 결집을 방해하며 우리 젊은이들 앞에 펼쳐진 광활한 미래로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민족을 외면한 세력이 보수라고 자처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입니다. 친일을 비호하면서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것은 매국노 이완용을 보수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반성 없는 민족 반역자를 끌어안는 것은 국민 화합이 아닙니다. 정의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나치 추종자를 끌어안고 국민 통합이라고 말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친일 청산은 여당·야당의 정파적 문제도 아니고 보수·진보의 이념의 문제도 아닙니다.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입니다.

광복회는 지난 3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 1109명 전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국립묘지에서 친일 반민족 인사의 묘를 이장할 것인지, 만약 이장을 안 할 경우 묘지에 친일 행적비를 세우는 국립묘지법 개정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지역구 당선자 총 253명 중 3분의 2가 넘는 190명이 찬성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과반수, 미래통합당도 과반수가 찬성했습니다.) 금년 가을 정기국회에서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리라고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75년간, 강고하게 형성된 친일 반민  족 세력이 민족 공동체의 숨통을 옥죄어 왔습니다. 이 거대한 절망을 무너뜨리느냐, 못하느냐, 우리는 지금 운명적 대전환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우리 역사의 주류가 친일이 아니라 독립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온 겨레 한 사람 한 사람의 뜨거운 심장을 모아 크게 외칩니다.

대한민국을 광복하라. 대한민국을 광복하라.

감사합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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