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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달의 예술

교향악과 함께한 아주 특별한 여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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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희숙 서울대 음대 작곡과 교수

오희숙 서울대 음대 작곡과 교수

한국의 14개 교향악단이 7월 28일부터 8월 10일까지 펼친 교향악 축제는 큰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코로나는 4월에 벚꽃과 함께 진행되는 이 축제를 방해했지만, 교향악단의 예술적 열정이 여름의 교향악을 가능하게 했다. 한화의 후원으로 예술의 전당에서는 기존 음악회와 함께 온라인 라이브 음악회를 기획하여 네이버를 통해 공연을 방출하고, 예술의 전당 야외무대에서도 실시간 중계를 시도하였다. 이번엔 장마가 문제였다. 이례 없는 폭우는 음악회장으로의 발길을 힘들게 했을 뿐 아니라, 큰 포부로 기획된 야외무대의 청중을 방해했다.

그렇지만 교향악 축제의 뜨거운 열기는 이런 어려움을 모두 걷어내 줬다. 연주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주었고, 객석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 두기를 한 청중들로 채워졌다(사진). 라이브 영상 음악회에는 감사의 댓글이 함께 했고, 또 비 오는 사이사이의 야외무대는 진지한 청중들을 불러 모았다. 직접 공연장에서 들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개성있는 ‘브람스 교향곡 2번’, 야외무대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들었던 군포 프라임 필 오케스트라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연구실 컴퓨터를 통해 감상했던 원주시립교향악단의 ‘베토벤 협주곡 2번’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또한 영상에서 드론샷으로 펼쳐진 스크린은 실제 공연에서 경험할 수 없는 신세계를 열어줬다.

0814 이달의예술용 사진

0814 이달의예술용 사진

이번 교향악 축제는 베토벤과 슈만·말러 등의 굵직한 교향곡들과 리스트·브루흐와 차이콥스키 등의 화려한 협주곡 등 잘 알려진 대곡들이 한국의 내로라하는 지휘자들과 원로·신진 연주자들의 참여로 꾸며졌다. 한국 작곡가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원주시립교향악단이 위촉한 이지수의 ‘관현악을 위한 달의 바다’뿐이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기는 했다. 세계 초연으로 공연된 이지수의 곡은 영화음악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작곡가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혹자는 이 여유가 호사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아름다움이란 그냥 마음에 든다는 것’이라고 하면서 실용적이고 윤리적인 측면과 구별하여 아름다움을 논했던 칸트처럼, 때로는 목적이나 기능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분명 우리 삶에서 필요하다. 절대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교향곡을 감상하면서,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고, 그래서 다시금 현실을 대면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예술을 위해 존재한다’는 모리츠를 떠올리며 교향악 축제의 영상 음악회를 다시 클릭해 본다.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