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BS이사회 "검언유착 오보, 책임전가" 양승동 한목소리 질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연합뉴스

‘검언유착’ 오보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기 위해 12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 양승동 사장 등 주요 책임자에게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달 18일 ‘KBS 뉴스9’가 한동훈 검사장과 이모 전 채널A 기자 사이의 공모 정황을 보도했다가 하루 만에 사과한 것에 놓고 보도 경위 등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KBS 뉴스9'은 한 검사장과 이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신라젠 주가조작 의혹과 연루시키기 위해 조율했다고 보도했다가 이튿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사과했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KBS 사회부 법조팀은 6월 중순부터 취재를 해왔지만, 보도를 하기엔 불충분해 리포트 제작을 보류했다. 하지만 지난달 7일 정진웅 서울 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검찰 내부망에 주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는 글을 올리고, 이모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것을 보며 취재를 재개해 보도하게 됐다는 것이다.
양 사장은 오보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근무 태만에 의한 방송사고“라며 이른바 ‘청부보도’ 의혹에 대해선 반박했다. 양 사장은 “심의실 보고를 상세히 받은 결과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다음날 그렇게 즉각적으로 사과를 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구속된 채널A 전 기자와 KBS 기자의 취재 행태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억울한데, 빌미를 준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부분이 정치적으로 왜곡 과장돼 활용되는 측면에 대해선 분명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KBS는 향후 이러한 오보를 방지하기 위해 KBS의 취재 내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쓴소리를 낼 수 있는 ‘레드팀’을 구성하고, ‘팩트체커’를 운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른바 ‘청부보도’ 논란은 사실이 아니며, 한동훈 검사장과 이모 전 채널A 기자 사이에 오간 녹취록의 내용을 잘못 전달한 ‘제3의 인물’ 의혹에 대해서도 여러 명에게 들은 취재 내용을 합친 결과라고 해명했다.

KBS 양승동 사장 [중앙포토]

KBS 양승동 사장 [중앙포토]

이날 이사회에선 여야 추천 이사 모두 쓴소리를 내놨다.
야당 측 추천 이사인 황우섭 이사는 “공영방송인 KBS가 있지도 않은 대화 내용을 가공해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는 것이 충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 실수로 인한 오보라고만 반복하고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데 이 사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에서 추천한 류일형 이사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실수가 벌어졌다“며 “양승동 사장이 취임 3년차인데도 이런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이제는 자리가 안정되고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인데, 밖에서 봐도 조직 자체가 불안하다“고 질타했다.
역시 여당 추천 이사인 김영근 이사와 박옥희 이사도 ”보직자가 특정 아이템에 대해 생각을 갖고 있어도 이야기를 제대로 못하고, 쉽게 말하면 아랫사람 눈치 때문에 인기영합 주의에 빠져 데스크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못하는 조직 문화가 누적되어 나타난 것 아니냐“ ”1차적으로 교육을 잘못시킨 것 아니냐. 본부장이나 국장이 생각하는 정도로 실력있는 기자와 팀장이 아니었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질타에 대해 양 사장은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 사실”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사들은 소위 ‘청부 보도’ 의혹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야당 측 이사들은 “‘제3의 인물’은 정부나 검찰의 고위인사로 예상된다”며 정부 측 인사와 KBS 취재진 간의 ‘권언 유착’ 의혹을 제기한 반면 여당 측 이사들은 “과도한 정파적 해석”이라고 맞섰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