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더불어] 투병아동 보듬는 손길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병원의 어린이병원에는 4년째 학교가 운영된다.

학업이 중단된 1백30명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반과 초등학교반이다.

정규학교가 아니어서 졸업장은 없다. 하지만 한창 뛰어놀고 배워야 할 시간을 병상에서 지내야하는 아이들은 매일 이곳에서 눈망울을 밝힌다.

자원봉사 모임 등을 통해 모인 76명이 이들의 선생님. 전직교사.대학생.직장인도 많고, 일을 마치고 달려오는 현직교사들도 15명이나 된다

이들은 전공을 살려 하루 1시간반씩 돌아가며 영어.수학.음악.미술.컴퓨터 등을 가르친다.

지난 23일 오후 소아과병동 6층 유치원반. 피아노와 아이들이 사용할 탬버린 등 소악기를 갖춘 방이다.

면역결핍증에 걸린 용준이(4)가 동요 '곰돌이 가족' 을 부르자 기관지질환을 앓는 현주(8.여)는 탬버린을 치며 박자를 맞춘다. 선생님은 여섯명이지만 학생은 20여명중 세명만 출석했다.

지난 3월부터 음악교사를 하는 김민정(金珉貞.23.여.중앙대유아교육과3년)씨는 "병세가 나빠지거나 수술 일정 등으로 아이들이 적게 출석한 날은 수업하기가 더 힘이 든다" 고 말했다.

아이들이 중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같은 아이를 오랫동안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이 들 만큼 들었지만 아이를 계속 지켜본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가 많이 아프다는 얘기니까요. " 金씨의 말이다.

잠시 뒤 7층 초등학교반에선 영어수업이 진행됐다. 한편에는 칸막이로 분리된 컴퓨터실도 있다.

이곳에서 컴퓨터를 만지던 유효림(9)양은 "열심히 컴퓨터를 배워 여군이 되겠다" 고 말했다. 효림이는 1년 넘게 백혈병을 앓으면서 골수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교장인 신희영(申熙泳.56)소아과교수는 "병 때문에 친구들과 떨어진 채 힘들고 오랜 병원생활을 이겨내야 한다는 중압감을 덜어주는 고마운 선생님들"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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