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교내 콘돔자판기 설치 논쟁

중앙일보

입력

경북대 학생들이 교내에 콘돔 자판기를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5일 한 여학생이 학교 홈페이지(http://www.kyungpook.ac.kr) 게시판에 "대학생들 사이에 성(性)행위가 이뤄지고 있지만 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면서 "성이 생명과 관계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성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 위해 콘돔 자판기를 설치해야 한다" 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게시판에는 콘돔 자판기 설치와 관련해 하루 평균 10여건의 찬반 글이 오르고 1천여명의 학생들이 접속하는 등 콘돔 자판기 설치 문제가 교내의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콘돔 자판기 설치에 반대하는 학생은 "콘돔은 남녀의 성행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기구일 뿐이며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면서 "커피자판기의 오용이 한사람의 피해에 그친다면 콘돔자판기의 오용은 사회문제를 낳을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찬성하는 학생은 "여학생이 '무방비' 상태에서 임신을 해 생명을 없애면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생을 한다" 면서 "콘돔은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매개" 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찬석(朴贊石)총장은 이와 관련 "자판기 설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 을 지시했고, 학교측은 "타대학 상황을 알아보고 교수회와 학생회 등 교내 구성원들의 입장을 수렴한 뒤 최종방침을 결정할 것" 이라고 밝혀 콘돔논쟁은 사이버를 벗어나 현실세계로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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