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시보 효과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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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약과 가짜 치료가 환자의 증세를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른바 플레시보(위약)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의학연구방법론 교수인 아스비욘 흐로비야르트손 박사는 미국의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감기, 뱃멀미에서 알츠하이머병과 정신분열증에 이르기까지 각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플레시보 효과를 실험한 총114건의 연구결과를 종합분석한 결과 플레시보 효과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플레시보 효과는 지금까지 세계의학계에서 확실한 이론으로 믿어져 오고 있으며 일부 의사들은 이 효과를 믿고 환자에게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약을 처방하거나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순전히 의사가 열심히 치료하고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보여줌으로써 증세의 호전을 기대하기 위한 것이다.

또 새로운 치료제의 효과를 테스트하는 임상실험에서도 플레시보 효과가 이용되고 있다.

즉 일단의 환자에게는 개발된 신약을 실제로 투여하고 또다른 환자들에게는 가짜 약을 준다.

누구에게 진짜 또는 가짜 약이 투여되는지는 환자와 의사들도 모른다. 이는 신약이 환자의 회복의지이상으로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또 순수한 비교를 위해 아무런 약도 주지않는 제3그룹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흐로비야르트손 박사는 실험결과는 거의가 플레시보 그룹과 제3그룹이 똑 같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통증과 일부 주관적 결과에 의존하는 질병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플레시보 효과가 나타났으며 증세 호전의 정도는 통증의 경우가 15%로 가장 크고 다른 질병의 경우는 이 보다 훨씬 낮았다고 흐로비야르트손 박사는 밝혔다.

주관적 결과라는 것은 증세의 정도를 혈압측정과 같은 객관적인 방법으로 측정할 수 없고 환자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에 의존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에 발표된 많은 연구보고서들과 의학교과서들은 신약실험의 경우 위약이 주어진 환자 그룹의 3분의 1정도가 증세가 호전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유는 환자 스스로 효과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흐로비야르트손 박사의 연구보고서는 이 오랜 플레시보 효과론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흐로비야르트손 박사는 일부 의사들은 플레시보 효과를 믿고 감기환자에게 효과가 없는 항생제를 처방하거나 독감환자에게 비타민C를 고단위로 투여하거나 말기암 환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약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윤리적인 이유에서라도 신약실험을 제외하고 일반 환자에게 가짜 약을 주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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