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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일당, 마스크 거짓 구매로 150억원 빼돌려…김재현 대표 등 추가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옵티머스 펀드 NH투자증권 피해자들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서 '사기판매'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 펀드 NH투자증권 피해자들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서 '사기판매'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을 일으킨 피의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코스닥 상장사에 마스크 구매를 명목으로 거액을 빼돌린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빼돌린 자금 중 일부는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중단을 막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오현철 부장)는 10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운영에 관여했던 유모(39·구속) 스킨앤스킨 고문을 구속기소했다. 수사팀은 피해액을 추가로 확인해 이미 구속기소 된 김재현(49) 옵티머스 대표와 이 회사 이사 겸 H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윤모(43·구속)씨를 추가 기소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사문서위조·행사 등이다.

총 피해자 3300여명, 피해액 1조5500여억원 

검찰이 공개한 이들의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김 대표와 유 고문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공공기관이 발주한 관급공사 매출채권(공사대금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속였다. 378명의 피해자로부터 3585억원을 모아 엉뚱하게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스킨앤스킨 고문 유모씨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스킨앤스킨 고문 유모씨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검찰은 지난달 22일 김 대표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2900명의 피해자로부터 1조2000억원가량의 피해를 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총 피해자는 3300여명, 피해액은 1조5500여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 스킨앤스킨에 마스크 사업을 하겠다며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기도 했다. 유 고문 등은 올해 6월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가격이 상승하자 스킨앤스킨의 자금 150억원을 마스크 구입에 사용하는 것처럼 속여 횡령했다. 그 과정에서 구매대금의 이체확인증을 위조해 회사 이사회에 제출했다. 옵티머스는 지난 6월 스킨앤스킨으로부터 마스크 유통 사업 명목으로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자금 중 일부는 펀드 환매 중단을 막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또 지난해 2월 비상장사 A사의 경영권을 장악해 약 16억원을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 수사하겠다지만, 법조계 "풀리지 않은 의혹 여전"

검찰이 핵심 피의자들을 기소하면서 수사는 일단락됐다. 검찰 수사팀은 "거액의 펀드 사기 범행이 가능했던 배경과 펀드자금의 사용처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에 대해 더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철저한 자금 추적을 통해 정치권 등으로 흘러간 정황과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개입 의혹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범죄합수단 출신의 한 인사는 "증권 범죄 수사의 핵심은 철저한 자금 추적을 통해 그 돈이 어디까지 흘러갔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근무 경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대형 증권사가 일반적인 채권 투자 상품이 아닌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는 부실한 옵티머스의 상품 설명서를 보고 수천억원대 판매에 나선 것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증권사 내부에서 판매 압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철저히 수사해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당시 시장에서 1조원 정도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상품"이라며 "지난해 정량적 평가 위주인 핵심성과지표(KPI)를 폐지해 판매 압박은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사태 관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옵티머스사태 관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748억원을 투자했다 철회한 과정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전파진흥원이 대규모 투자를 시작할 당시에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출신인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가 회사를 이끌었다. 이 전 대표는 투자 한 달 뒤인 2017년 7월 사임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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