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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장마에 집단감염, 매출 95% 감소 남대문시장 "울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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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전 중구청 관계자가 코로나 확진자 발생 상가 앞에서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전 중구청 관계자가 코로나 확진자 발생 상가 앞에서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집단 감염)이전에도 이미 손님이 없었어요.”

집단감염 9명 발생 서울남대문시장 르뽀 #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20년 가까이 의류 매장을 운영했다는 이모(53)씨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평소 관광객이 100명이라고 하면 지금은 30명 수준이다”며 “그냥 답답하니까 가게 문 열고 앉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시장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긴 장마 때문에 안 그래도 손님이 크게 줄었는데, 시장 내 케네디 상가에서 확진자 9명이 나왔다는 소식이 결정타 역할을 했다. 점심을 먹고 나온 직장인과 상인 몇 명만 눈에 띄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인들은 매장 앞에 의자를 두고 마스크를 쓴 채 하릴없이 앉아 있었다.

케네디 상가 근처 매장은 전부 문을 닫아 마치 휴일 같았다. 상가 출입구 양옆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통행을 막았다. 바리케이드에 붙인 '오토바이 주차금지' 현수막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더했다. 오후 2시 30분쯤 소독용 오토바이가 케네디 상가 인근과 남대문 시장 곳곳에 하얀색 소독연기를 뿌리고 지나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9명이 나온 케네디 상가 근처 매장은 전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상가 출입구 양옆으로는 통행을 막는 차단대도 보였다. 10일 오후 2시 30분쯤 소독용 오토바이가 케네디 상가 인근과 남대문 시장 곳곳에 하얀색 소독연기를 뿌리고 지나갔다. 허정원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9명이 나온 케네디 상가 근처 매장은 전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상가 출입구 양옆으로는 통행을 막는 차단대도 보였다. 10일 오후 2시 30분쯤 소독용 오토바이가 케네디 상가 인근과 남대문 시장 곳곳에 하얀색 소독연기를 뿌리고 지나갔다. 허정원 기자

상인들은 “집단 감염 이전부터 시장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케네디 상가 인근에서 의류 소매업체를 운영하는 50대 A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쭉 손님이 없었는데 최근 비 피해까지 겹치면서 매출이 95%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집단 감염까지 나오니 정말 울고 싶다”며 “정부에서 소상공인 지원금 140만원을 받았는데 매출 감소를 메우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오후 3시쯤 비까지 내리자 시장에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 몇 안 되는 관광객은 집단 감염이 터진 사실을 모르는 듯 했다. 딸과 함께 충청도에서 휴가 왔다는 김모(42)씨는 “호캉스를 하러 근처 T호텔에 왔다. 비가 안 와서 잠깐 나왔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놀러 왔다는 이성훈(22)씨는 “점심 먹고 이곳에 복권 명당이 있다고 해서 사러 왔다”며 “그것만 사고 바로 다른 곳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관광을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가족과 왔다는 수헤르만(41)은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며 “한국은 방역을 잘 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관광할 때는 가족에게 마스크를 꼭 쓰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0일 남대문 시장 앞에 설지된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중구 보건소는 이날 80여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태윤 기자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0일 남대문 시장 앞에 설지된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중구 보건소는 이날 80여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태윤 기자

남대문 시장 상인회는 집단 감염이 상인회 휴가 기간과 겹쳐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남대문 시장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여름 휴가에 들어갔다. 문남엽 남대문 상인회장은 “상점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재 상당수 상인이 휴점하고 휴가를 떠났다”며 “각자 가까운 보건소나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올 초부터 코로나19로 시장이 많이 위축돼 있었는데 시장에 확진자가 나오며 악재가 겹쳤다”며 “수익은 바라지도 않고 얼마나 손해를 덜 보느냐가 관건인데, 상인들이 최대한 검사를 빨리 받아 손님들의 우려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집단 감염이 나온 곳이 출퇴근 시간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4호선 회현역과 가까워 코로나19 감염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 당국은 남대문 시장 앞에 선별 진료소를 설치하고 이날 80여명을 검사했다. 서울시는 10일 첫 확진자와 접촉한 케네디 상가 상인 20명을 검사했더니 전날 양성이 나온 7명, 10일 양성이 나온 1명을 제외한 12명은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태윤·허정원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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