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세포 기능회복 단서 세계최초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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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노화(老化)를 막을 수 있는 생물학적 단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23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朴相哲) 교수팀이 BK21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노화 방지 연구 결과가 세계적 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FASEB 저널 5월호에 실렸다.

노화세포의 기능을 회복하는 방법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세계최초로 앞으로 노화방지 및 노화 관련 질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인간섬유세포(HDF)를 이용, 세포내 노화과정을 연구한 결과 젊은 세포와 달리 노화세포에서는 외부신호 및 영양물질을 세포안으로 밀어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암피피신(amphiphsin) 단백질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 단백질을 늙은 세포에 주입함으로써 노화세포의 기능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상피성장인자(EGF) 등 외부신호를 세포내로 전달, 세포의 정상적 성장을 돕는 세포내 엔도시토시스(endocytosis) 기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단백질은 노화과정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암피피신만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 이 단백질이 노화세포 기능저하의 주요원인임을 밝혀냈다.

암피피신은 이 신호전달과정에서 외부물질을 세포안으로 이동시키는데 결정적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클라트린(clathrin)의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주요 성분이다.

늙은 세포는 세포분열, 성장 등을 일으키는 상피성장인자 등을 투여해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젊은 세포와 노화세포내에서의 신호전달과정을 비교분석한 것이다.

실제로 젊은 세포도 암피피신 단백질 발현을 인위적으로 억제했을 때 노화세포와 마찬가지로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인간섬유세포를 배양, 노화시킨 세포의 핵에 암피피신을주입하면 신호전달(엔도시토시스) 기능이 다시 살아나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성이 정상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내 노화 방지 및 회복의 첫 단서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지난해 세포 노화과정에 개입하는 카베올린(caveolin) 단백질의 존재를 발견, 노화과정을 분자수준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데 성공했으나 노화회복 및 방지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했었다.

국제노화학회 회장이기도 한 박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현상의 주요 특성인 세포의 반응성 저하를 처음으로 회복시켰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라며 "현재로서는 분자수준이나 개체 수준의 연구까지 끌어올릴 경우 노인들의 기능회복과 노인성 질병방지 및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될 것"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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