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무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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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치료방법은 세계적으로 2만가지나 된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식이요법, 소위 다이어트다.

그러나 다이어트로 감량에 성공하는 사람은 20명에 한명 꼴로 매우 드물다고 한다.

예컨대 하루 3천칼로리를 섭취하던 사람이 1천칼로리-3주 다이어트를 하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곧이어 2천5백칼로리를 날마다 섭취하면 체중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칼로리 공급량이 줄어드는 데 따라 신체는 영양분 흡수 효율을 높이고 신진대사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런 적응력이 클수록 흉작이나 기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우리는 과거의 기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후손이지 굶어죽은 사람들의 후손이 아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켈리 브라우넬 박사의 동물실험 결과를 보자. 비만증 쥐들에 다이어트를 시켜 일정 몸무게를 줄이는 데 21일 걸렸다. 그 다음에 정상 식사를 공급하자 46일 만에 원래 체중을 회복했다.

한번 더 다이어트를 시켰다. 똑같은 체중을 줄이는 데 40일이나 걸렸다. 원래 몸무게를 회복하는 데는 1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 쥐들은 체지방이 더 늘었다.

몸무게가 줄어들 때는 근육과 지방이 동시에 줄어들지만, 늘어날 때는 잃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지방이 체내에 생성되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오늘날 서유럽과 북미지역 사람들은 30년 전보다 더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지만 평균 체중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그 이유는 다이어트의 역효과에 있다고 한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비만전문가 조지 블랙번 박사는 "키.몸무게의 상관표에서 비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의학적.신체적.심리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중 절반은 뚱뚱한 상태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고 말한다.

그는 "비만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은 체중의 10%만 줄여도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비만 관련 질병의 위험을 없앨 수 있다" 고 강조하고 "이 정도의 감량은 식사량을 줄이지 않고 하루 한시간 정도의 운동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고 설명한다.

문제는 미용 다이어트다. '날씬한 것이 아름답다' 는 유행이 정상(건강에 가장 좋은)체중을 가진 여성까지도 '나는 비만' 이라는 강박관념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패션업계와 다이어트산업의 주머니만 채우는 이런 유행을 페미니스트들이 타파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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