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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 9년만의 홍수주의보…의암댐 선박침몰 1명 사망, 5명 실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뒤집힌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급류를 타고 수문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뒤집힌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급류를 타고 수문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부권을 강타한 집중호우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6일 강원도 춘천 의암댐에서 선박 전복사고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서울시는 한강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날 9년 만의 홍수주의보를 발령했고 시내 주요 간선도로가 통제돼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다.

선박 부서지고 캠핑장 침수 등 전국에 ‘물폭탄’ #전국에서 인명피해 사망 17명, 실종 10명 #남이섬 잠기고 안동댐 17년 만 수문 방류 #한강대교 홍수주의보 발령, 한강공원 폐쇄

강원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11시30분쯤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발생했다. 당시 사고 현장엔 폭우로 떠내려가는 수초섬을 고정하기 위해 행정선(환경감시선)과 민간 업체가 출동했다. 하지만 1차 고박 작업에 실패하자 경찰정이 추가 투입됐고, 협력 작업을 했지만 결국 고박을 하지 못했다.

이후 철수하는 과정에서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 설치된 와이어에 걸려 선박 3대가 동시에 전복됐다. 사고 직후 경찰정 2명, 행정선 5명, 고무보트 1명 등 선박 3척에 타고 있던 8명은 폭 13m의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하류로 휩쓸렸다.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는 6일 오전 침수 피해가 난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마을에서 주민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는 6일 오전 침수 피해가 난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마을에서 주민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선에 타고 있던 근로자 A씨(60)는 가까스로 탈출했다. 실종된 7명 가운데 B씨(68)는 사고지점으로부터 13㎞가량 떨어진 춘성대교 인근에서 구조돼 강원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C씨(68)는 사고 현장에서 20㎞가량 떨어진 남이섬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나머지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철원에서는 지난 엿새 동안 7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큰 침수 피해를 겪었다. 지난 3일과 5일 두 차례 마을이 침수된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주민들은 또다시 마을이 물에 잠기자 망연자실한 상태다. 박성호(59) 생창리 이장은 “비가 잠시 그친 사이 집기류를 닦고 밖에 내놨는데 한탄강이 갑자기 범람하면서 마을을 덮쳐 집기가 모두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춘천 대표 관광지인 남이섬도 북한강 수위 상승으로 20년 만에 처음 물에 잠겼다.

충남 태안군에서 강한 강풍으로 해안가 어선이 뒤집히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에서 강한 강풍으로 해안가 어선이 뒤집히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 태안군]

이번 집중호우에 피해가 컸던 충북지역은 실종자 수색과 수해 현장 응급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충북도소방본부는 집중호우로 실종된 주민 8명(충주 4명·단양 3명·음성 1명)을 찾기 위해 6일 558명의 인력과 장비 79대를 투입해 수색작업을 재개한 지 2시간여 만에 지난 2일 단양 모녀와 함께 실종된 D씨(54) 시신을 단양군 단양읍 별곡리 도전교 인근에서 발견했다.

호우경보와 강풍주의보, 풍랑경보가 발효된 충남 서해안에서는 선박이 부서지고 상가가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이날 오전 충남 태안군 고남면 바닷가에 정박 중이던 선박 25척이 부서지거나 바닷물에 잠겼다.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서는 너울성 파도가 캠핑장을 덮치면서 야영객 2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5일 울산시의회 의사당 본회의장의 천장 일부가 무너져 목재 마감재 등이 쏟아져 있다. 사고는 3일 발생했다. 뉴스1

5일 울산시의회 의사당 본회의장의 천장 일부가 무너져 목재 마감재 등이 쏟아져 있다. 사고는 3일 발생했다. 뉴스1

역시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나무가 쓰러지고 현수막이 떨어지는 등의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23일 내린 집중호우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부산에도 6일 강풍주의보가 내려졌으며 7일까지 50∼150㎜의 비가 예상돼 경찰이 비상근무 태세에 돌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6일 이어진 호우로 6일 오후 10시 30분 기준 17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의암댐 사고는 별도의 수난사고로 봐 포함되지 않았다.
7개 시·도에서 비를 피해 체육관·마을회관 등에 일시 대피한 인원은 4580여 명에 달한다. 엿새 동안 누적 강우량이 가장 많은 곳은 강원 철원으로 755㎜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경기 연천, 강원 화천, 경기 가평, 충북 제천, 서울 도봉, 충남 아산 등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전국에서 주택 1949건, 도로·다리 1069곳, 농경지 8161㏊를 포함한 6162건의 시설 피해가 났으며 이 중 4085건은 응급 복구됐다.

집중호우가 내린 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교 아래 동부간선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임현동 기자

집중호우가 내린 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교 아래 동부간선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임현동 기자

중대본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 내려진 호우경보·주의보는 이날 오후 대부분 해제된 가운데 오후 10시 30분 현재 경북과 제주도에 시간당 5㎜ 미만의 비가 오고 있다. 중대본은 7일 오전 3시까지 남부 지방과 충청 남부, 제주도에서 약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자정부터 오후 10시까지 117.5㎜의 비가 내린 서울에서는 팔당댐과 소양강댐 방류로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주요 도로 곳곳이 통제돼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5일 오후 9시 25분부터 올림픽대로 동작대교~염창나들목 구간 등을 전면 통제한 데 이어 6일 오전 3시 10분부터 강변북로 일부 구간, 오전 2시 20분부터 내부순환도로 일부 구간을 통제해 우회하는 차량으로 이 일대가 혼잡을 빚었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도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집중호우가 내린 6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군자교에서 경찰이 동부간선로 이북를 통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집중호우가 내린 6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군자교에서 경찰이 동부간선로 이북를 통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오후 6시 현재 청계천과 물에 잠긴 잠수교, 올림픽대로 동작대교~염창나들목, 내부순환로 성수분기점~마장램프, 강변북로 원효대교 북단~의사협회 진입로, 동부간선로 월릉교~성수분기점, 증산교 하부도로, 노들길 노량진수산시장~노들고가 등이 통제돼 퇴근길 정체도 벌어졌다.

서울시는 6일 오전 5시 50분 서울 탄천 대곡교, 오전 11시 한강대교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한강 본류에 홍수특보가 내려진 것은 2011년 7월 이후 9년 만이다. 오후 5시 기준 한강대교 수위는 홍수주의보 기준이 되는 8.5m다. 서울시는 11개 전체 한강공원 진입도 통제했다.

이날 경북 안동댐은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17년 만에 수문을 열었다. 경북 군위군 고로면에 위치한 군위댐도 2011년 준공 이후 처음으로 이날 수문 방류에 들어갔다.

전국종합=박진호·최종권·신진호·백경서·이은지,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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