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금리 내려도 은행 수익성 안 나빠져…금융 불안 초래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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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더 내려도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나왔다. 흔히 기준금리 인하의 부작용으로 은행 이익 감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꼽힌다. KDI는 조사 결과 이런 우려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KDI는 그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주장해왔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월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주재,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월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주재,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KDI가 5일 내놓은 ‘금리 인하가 은행 수익성과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1%포인트 내려가면 예금 금리는 0.5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금리는 0.58%포인트 인하됐다.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순이자 마진이 0.05% 줄어드는 결과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 원자료(2002년 1분기~2019년 1분기)를 분석한 결과다.

“기준금리 0%까지 낮춰도 은행 이익 감소 많아야 4500억”

KDI는 “정책금리 인하에 따른 은행의 순이자 마진 감소 폭은 미미했다”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2020년 1분기 기준 한국 예금 은행의 총 대출이 약 1750조 정도임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1% 내려갈 때 한국 전체 은행의 이자 마진이 9000억원 정도 준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정책금리(한은 기준금리)가 0.5%인데 여기서 0%까지 낮췄을 때 그러면 은행들의 순이익은 많이 잡아도 4500억 원 정도 감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낮은 금리가 대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걸 고려하면 실제 수익 감소분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KDI는 꾸준히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KDI는 지난 5월 내놓은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경제 성장세 둔화와 대규모 국채 발행, 물가 하락 등에 대응하기 위해 0% 또는 0%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능한 기준금리를 최대한 내리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이런 KDI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한은은 올해 3월(1.25→0.75%), 5월(0.75→0.5%) 두 차례 금리를 낮췄다.

황 연구위원은 다만 “한은이 앞으로 정책금리를 더 낮춰야 하는지를 결정할 때는 이번 보고서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가계부채, 대외채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번 보고서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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