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결정한 주독미군 받겠다는 폴란드…"주둔비 거의 모두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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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자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비용을 ‘거의 전부(almost all)’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미국의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인 브레이킹디펜스가 밝혔다.

폴란드에서 연합 전투훈련을 진행 중인 미 육군과 폴란드 육군 장교. [사진 미 육군]

폴란드에서 연합 전투훈련을 진행 중인 미 육군과 폴란드 육군 장교. [사진 미 육군]

미국과 폴란드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방위협력 강화 협정(EDCA)에 대한 협상을 마쳤다. 이 협상에 따라 폴란드 주둔 미군은 기존 4500명에 1000명을 더해서 5500명으로 늘어난다. EDCA 협정은 아직 양국이 공식 조인하지는 않았다.

브레이킹디펜스는 EDCA 협상 과정에서 폴란드 정부가 5500명 주둔 비용의 대부분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미 국방부가 공식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 국방부의 대변인인 토머스 캠벨 중령은 “5500명 미군의 폴란드 주둔과 관련한 인프라 건설, 병참 지원 등이 모두 포함할 예정”이라고 브레이킹디펜스에 알렸다고 한다.

브레이킹디펜스는 미 육군 5군단 사령부와 사단급 부대의 사령부 설치 및 운영 비용 일체를 폴란드가 부담할 것으로 전망했다. 냉전 당시 소련으로부터 유럽을 지켰던 5군단은 2013년 해체됐다. 그러나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면서 올해 재창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드라프스코 포모르스키의 합동 훈련장, 미 공군의 드론인 MQ-9 리퍼 기지, 특수부대 지원 시설, 육군 기갑여단전투단ㆍ전투항공여단ㆍ전투유지지원대대 주둔지 등에 관한 비용도 폴란드 측이 마련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EDCA 협정에 대해 “러시아를 억제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를 강화하고, 동맹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재확인한다”며 “나토의 동유럽 측면인 폴란드에 미군 병력을 전진 배치하면 전략ㆍ전술의 유연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폴란드는 나토의 회원국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침공한 뒤 강제로 병합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러시아 안보위협에 대해 재평가했다.

그래서 2024년까지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2018년 미군이 폴란드에 영구 주둔을 할 경우 그 기지를 ‘포트(육군 기지) 트럼프’라 부르겠다는 제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에서 철수하는 미군 중 일부는 폴란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의 주둔비용 지불 제안은 미국이 한국ㆍ일본과 방위비분담금(SMA)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브레이킹디펜스는 예상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 국방부는 중국ㆍ러시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빌미로 한국 등 동맹국을 압박해 돈을 더 받아내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고 한다. 폴란드를 모범 사례로 적극 활용해 한국과 일본을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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