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한센병 환자들 고향길 방문 추진

중앙일보

입력

‘고향에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인데…’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의 고향 방문이 추진된다.

지난 3월 창립된 ‘소록도를 사랑하는 모임’(소사모 ·대표 김신곤 전남대 의대교수)이 발벗고 나섰다.한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고향 길을 30∼50년 동안 꿈속에서나 그려본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소사모측은 “남북 이산가족들도 휴전선을 넘어 가족들을 만나는데 소록도 병원 원생들은 대부분 한번도 고향 갈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회원들이 원생들의 고향길을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소록도 원생 7명은 소사모의 주선으로 11·12일 1박2일 일정으로 고향을 방문해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고 고향 땅을 둘러볼 예정이었다.하지만 이 계획은 10여일 연기됐다.

고향에 가보고 싶다던 원생들이 막상 출발 날자가 닥쳐오자 많이 포기했기 때문이다.

소사모 집행위원장 김덕모 교수(호남대)는 “한센병을 앓아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외모로 인해 용기를 내기가 쉽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가족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망설이는 원생도 많다.

이에 따라 이들의 고향 방문은 스쳐지나가는 것으로 조정될 전망이다.먼발치에서나마 변화된 고향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이다.

소록도에는 8백여명의 원생들이 7개 마을을 이뤄 생활하고 있다.병원 입원실에 있는 10여명외에는 대부분이 병이 치유돼 전염성이 없는 사람들이다.평균 나이 72세로 고향을 떠난 지 대개 30년 이상이다.

이들은 외출 ·외박 등에 별다른 제한이 없으나 외부 시선을 의식,외박을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록도병원 자원봉사계 관계자는 “이들의 고향 방문을 계기로 소외된 이웃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좀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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