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찬 게장 맛 보러 오세요…명동 '문화공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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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간장 게장은 묘하다. 언제나 등딱지 안에 간이 밴 주황색 알을 빼곡이 품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암게로 담가서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암게라고 해도 1년 내내 알을 배는 것은 아니다. 산란기를 앞둔 이맘 때가 아니고서는 암게라도 수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음식점에서 제철이 아니라고 알이 없는 게장을 낼 수 없는 일.

그러니 철이 아니면 사서 얼려 두었거나 당초 냉동된 것으로 산 암게를 녹여서 만든다. 한마디로 아무리 맛있기로 소문난 게장집이라도 살아있는 암게로 담그는 이맘 때의 맛이 으뜸인 것이다.

요즘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있는 '문화공간' 에는 알이 찰 대로 차고 살이 오를 대로 오른 게장이 게장광(狂)들의 혀를 유혹하고 있다.

서산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활암게로 담근 것으로 '게눈 감추듯 밥 도둑이 되고 마는 맛' 이란 평이다.

손바닥 만한 게장 한 마리에 돌솥밥이 따라 나오는 꽃게장 정식(1만7천원)이 바로 그것.

게장이 식탁이 오르면 우선 주황색 알만 젓가락으로 살살 들어내 입으로 옮긴다. 짭짤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혀 위로 고소하게 녹아 내린다. 다음은 통통하게 오른 살에 입을 대고 힘차게 빨아본다. '쪼오~옥' 소리와 함께 잘 삭은 살점이 입안 가득 빨려 들어온다. 짜지 않으면서 달콤하고 쫀득거리는 맛이 아까워 얼른 더운 밥을 한술 떠넣는다.

이어 게 껍질 속에 남은 살점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아작아작' 씹는다. 더운 밥에 입 천장을 데든, 날카로운 집게 껍질에 입안을 다치든 게장에 푹 빠진 손님들은 전혀 상관없는 모습이다.

다음은 알과 내장으로 가득 채워진 등딱지 공략.

더운 밥을 두어술 넣고 조심스럽게 비빈다. 은은한 바다 냄새가 밴 밥알 한 톨도 놓치지 않으려고 구석구석 숟가락 젓가락이 헤집고 다닌다.

정갈하게 담긴 열무 물김치.배추김치.마른 새우볶음.도라지 나물 등의 밑반찬에 곁눈질을 할 틈이 없다.

돌 뚝배기에 담긴 우거지국도 밥을 거의 다 비우고서야 칼칼하고 시원한 맛을 느낀다.

이 집은 요즘 산지에서 활암게를 사서 당일 쓸 물량은 빼고 바로바로 급속동결기로 얼려 냉동창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철 지난 시기에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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